최대주주 씨앤팜에 지급한 특허권 대가만 530억
현대ADM서도 특허권 계약금 91억… 반환 의무도 없어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현대바이오가 94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회사가 보유한 자금 상당 부분이 최대주주(씨앤팜) 측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2012년 최대주주가 씨앤팜으로 변경된 이후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씨앤팜이 보유한 특허권 계약을 통해서인데, 이미 수백억원대 자금이 씨앤팜으로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다. 바이오 사업의 부진한 성과로 인해 현대바이오가 씨앤팜의 특허권 장사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대주주가 잇속을 챙기는 사이 현대바이오의 재무구조는 악화하고 있다.
특허권 대가로 532억 지급…사실상 우회상장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현대바이오가 최대주주인 씨앤팜에 특허권 사용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532억원에 달한다. 씨앤팜이 현대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2012년 3월8일 3자 배정 유상증자(약 42억원)를 통해서다.
씨앤팜의 경우 최대주주 지위 확보 전부터 현대바이오에게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을 돌려 받았다. 현대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 직전인 3월6일 씨앤팜을 통해 ‘비타브리드C’ 관련 특허의 독점 사용권을 취득하며 32억원의 사용료를 선지급했다. 향후 ‘비타브리드C’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이를 상계하기로 했지만, 씨앤팜 입장에선 10억원 가량으로 상장사를 인수한 효과를 본 셈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씨앤팜의 경우 현대바이오를 통해 우회상장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한다. 현대바이오는 2000년 현대전자로부터 분사한 모니터 제조 회사로 2012년 씨앤팜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씨앤팜이 최대주주에 오르자 기존 주력사업이던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2013년 현대아이비티로부터 분사해 관계를 끊었고, 2018년 해당 사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현재 현대바이오는 특허권 계약을 통해 씨앤팜의 신약 개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독점 사용료를 지급하던 비타브리드C 특허권을 완전히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바이오가 양수 대가로 씨앤팜에 지급한 금액은 17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현대바이오는 △췌장암 치료용 신약(폴리탁셀) 관련 독점적 판매권 양수에 280억원, △코로나19 치료제(제프티) 공동개발 계약금으로 50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대바이오가 씨앤팜의 특허권 장사에 이용됐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허권 무형자산 330억…씨앤팜, 반환의무도 없어
현대바이오는 최대주주가 씨앤팜으로 변경된 직후부터 바이오 사업 진출에 나섰다. 씨앤팜이 보유한 특허권을 인수해 연구개발 및 사업화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씨앤팜과 현대바이오의 특허권 계약이 최대주주인 씨앤팜 측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바이오가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의 공동계발을 위해 씨앤팜과 체결한 계약의 경우 지난 2021년 3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7월 50억원으로 계약금을 증액했다. 다만 씨앤팜은 제프티의 사용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계약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계약 당시 반환 규정을 ‘임상 1상 실패’ 경우로 정했기 때문이다. 현대바이오는 2022년 2월 제프티 임상 1상 성공을 발표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검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엔데믹으로 제프티의 상업적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대바이오는 해당 특허권을 자회사에 넘기는 '묘수'를 부렸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6월 씨앤팜과 50억원에 계약한 △제프티(CP-COV03)의 사용권 일부를 현대ADM(전 에이디엠코리아)에 넘겼다. 제프티의 적응증 중 항암제(폐암, 유방암) 관련 특허권만 따로 현대ADM에 양도했다.
제프티 사용권의 일부만 넘겼지만, 계약금은 오히려 올랐다. 현대ADM은 계약금으로만 현대바이오에 91억원을 지급했다. 계약금은 어떠한 사유로도 반환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바이오가 최근 인수한 현대ADM에서도 특허권 거래에 따른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폴리탁셀’은 특허권을 온전히 이전 받지도 못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2020년 씨앤팜에 특허권 양수 계약금 280억원을 지급했다. 양수도가 완료되는 것은 임상 1/2a 시험 완료 이후다. 하지만 폴리탁셀은 전임상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양수도 계약 이후 해당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은 현대바이오가 모두 부담하고 있다.
현대바이오의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타브리드C’ 관련 특허권은 씨앤팜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됐다. 씨앤팜은 현대바이오와 특허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씨앤팜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씨앤팜의 의사에 반해 등기이사 3분의 1 이상 교체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성격상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는 만큼 향후 성과에 따라 계약 조건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특허권을 취득한 법인은 특허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부채비율을 낮아지게 한다”면서 “향후 무형자산의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 재무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바이오가 씨앤팜과의 특허권 계약으로 계상한 무형자산은 올해 3분기 기준 330억원(폴리탁셀 280억원, 제프티 50억원)에 달한다.
한편 <녹색경제신문>은 씨앤팜과의 특허권 계약 및 계약금 반환 의무 등에 관한 문의를 위해 현대바이오 측에 질의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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