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어명소 전 국토부 2차관 사장 취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적자 확대... 내부 비리 얼룩
어 사장, 비상경영 선언... 임금 반납 등 대안 제시
측량정보 유출 사건 계속... 비상경영 선언 무색
어명소 사장 해법 실효성 의문... "립서비스" 비판
"립서비스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해 11월 정통 고위 관료 출신인 어명소 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신임 사장에 취임하면서 비상경영 체제 전환과 함께 전면적 체질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공사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LX공사는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적자는 716억원, 올해는 12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직 내부에 널리 퍼진 도덕불감증이다. LX공사는 지적측량과 재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최근 공사에서는 지적측량 관련 정보를 무단 유출하거나 도용한 사건이 잇따랐다.
어명소 사장의 체질개선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구태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LX공사 전현직 직원들의 도덕불감증과 위법행위는 국회에서도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에 따르면, LX공사 지사장 A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공사가 보관 중인 측량 정보를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민간기업에 무단 유출한 혐의로 파면됐다. A는 휴가 중 가족 회사에 출근해 LX공사 자산과 노하우를 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직원 B는 올해 8월 공사 측량 정보 143건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파면됐으며, 공사 전 직원 C는 사무실을 무단 침입해 6건의 정보를 도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어명소 사장은 공사 조직 체질개선의 첫 단계로 전 직원 임금 반납과 유휴자산 매각, 신규사업 발굴 등이 포함된 자구안을 제시했다. 그가 내놓은 임금 반납 비율은 경영진 20%, 지역본부장 10%, 일반 직원의 경우 인상분 상당이다. 경기 용인에 있는 국토정보교육원 부지 매각, 서울 강남구 논현동 LX서울지역본부 리츠 전환을 통한 자산 유동화 등도 공언했다. 만연한 위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전 직원 대상 감사 진행, 추가 혐의자에 대한 조사 착수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시장경제> 취재 결과, 자구 노력 중 지금까지 시행된 건 임금 반납과 LX서울지역본부 리츠 전환이다. 국토정보교육원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 신규사업 발굴 등은 뚜렷한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측은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신규사업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경영효율과 체질개선을 위해 어명소 사장이 제시한 해법의 적절성 내지 그 속도감을 따지기 전에 외부의 눈길이 쏠린 현안이 하나 있다. '성과급의 증가'가 그것이다.
비상경영과 체질개선을 위해 신임 사장이 내놓은 정책들의 골자는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기'라고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임금 반납'이란 초강수까지 꺼내든 공사가 성과급은 되레 늘려 지급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어 사장은 물론 LX공사의 쇄신 의지를 의심케 할만한 이슈이다.
LX공사는 2022년과 2023년 정부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으며 경상경비 삭감 조치를 받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올해 적자는 지난해 대비 80% 늘어나 1200억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사의 캐시카우나 다름없는 지적측량 수익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감소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마땅한 신규 사업 발굴도, 유휴자산 매각도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의 성과급 증액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LX공사 성과급은 지난해 150억2000만원에서 올해 181억원으로 증가 예정이다. 공사 측이 밝힌 성과급 증가 이유는 이렇다. 2022년과 2023년 경영평가에서 동일한 D등급을 받았지만, 세부적으로는 '등급 내 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LX 측은 성과급 확대가 관계 법령에 따른 결과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제48조), 같은 법 시행령(제27조), ‘2023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 지침’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사 관계자는 "성과급은 기획재정부의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에 따라 지급된다"며 "해당 지침에 따른 정부 경영평가 관련 (성과급) 지급분은 지난해의 경우 0%, 올해는 20%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LX공사는 최근 직원들의 비밀 정보 유출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에 따르면, LX공사 A지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공사 측량정보를 도용,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무단 유출한 혐의로 파면됐다. A 지사장은 휴가 중에도 가족 회사에 출근해 LX공사 자산과 노하우를 무단 사용했다.
지난 8월에는 공사 측량정보 143건을 외부에 유출한 직원 B, 퇴직 후 무단 침입해 6건의 정보를 유출한 C가 각각 파면, 고발됐다.
LX는 비밀 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자 전 직원 대상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혐의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어 사장의 위법행위 재발 방지 해법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동안 감사가 미진해 비슷한 행태의 위법행위가 반복됐다면 내부 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반증이다. 감사 강화가 아니라 업무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살피는 것이 맞는다.
추가 혐의자 조사 착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추가 조사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그 동안은 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립서비스'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다.
윤재옥 의원은 “연달아 발생하는 비밀 정보 유출은 LX 내부의 고질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며, “LX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관련자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