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딥시크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2025-01-31

올 1월의 어느 주말 저녁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의 미니소 매장. 계산대에는 쇼핑한 상품을 결제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그중 절반이 한국 MZ 관광객이다. 중국을 찾는 MZ들이 꼭 가보고자 하는 곳이 바로 미니소 매장이다.

미니소는 원래 ‘중국판 다이소’로 알려진 저가 생활용품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적재산(IP) 디자인 제품 소매점으로 전환했다. 헬로키티로 유명한 산리오, 디즈니 등 거대 IP 홀더들과 제휴해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다. 지난해 9월 기준 세계 112개국에 7186개의 점포를 운영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디지털 역량이다. 자체 개발한 공급망 관리 시스템과 지능형 매장 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중앙에서 조달한 수천 가지 제품이 세계 수천 개 매장에서 일사불란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한국 MZ들은 헤이티(HEYTEA)라는 음료점도 꼭 들른다. 중국어로는 시차(喜茶)라고 하는데 현지에서는 스타벅스를 제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뉴욕을 비롯해 세계 4000개 매장이 있다.

헤이티 역시 정보기술(IT)이 음료점 사업을 어떻게 혁신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헤이티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당도와 토핑 등을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주문하고 결제한다. 앱에는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돼 매장에서 대기할 필요 없이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된다.

중국 길거리에서는 비야디(BYD)의 전기차가 단연 눈에 띈다. BYD는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대신 작은 나라라도 자국에 자동차 산업이 없는 곳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닭갈비 전략’이라고 부른다. 얼마 안 되는 살을 모아 곧 도요타와 같은 연간 1000만 대 판매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디지털 전환이다. 전동화는 이미 성공했으니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으로 빠르게 전환해 세계 자동차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한 교수로부터 “본격적인 상용 AI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일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자본력이 아니라 기술력과 경험이다. 핀테크(알리페이·위챗페이), 공유경제(디디추싱), AI 가전(로보락 로봇청소기) 같은 첨단 분야뿐만 아니라 소매점과 음료 매장까지도 숙명처럼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경험이 중국에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 연휴 세상을 흔든 딥시크 역시 이런 토양에서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한국 산업계가 가야 할 방향도 명확하다. 어려울수록 디지털 전환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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