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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직장인 A씨(34)는 최근 예비 신부의 권유로 가임력 검사(정액 검사)를 받았다가 크게 충격받았다. 정자의 숫자, 운동성 등이 기준치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대로면 자연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나이가 아주 많은 편도 아니고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너무 나빠 놀랐다”며 “조금이라도 어릴 때 정자를 얼려야 할지 등 평생 해보지 않았던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균 초혼·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과 노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난자 동결 등 대안을 준비하는 여성은 늘었지만, 남성의 가임력 보존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런 탓에 A씨처럼 평소 별 걱정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듯 자신의 생식 건강 상태를 깨닫는 사례도 속출한다.
최근엔 30대 후반 유명인들이 가임력 보존을 위해 정자를 냉동한 사례가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얼마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상화와 결혼한 방송인 강남(37)씨가 한 예능에서 “일단 건강한 걸로 (정자를) 몇 마리 얼렸다”고 밝혔고, 가수 김재중(38)씨는 과거 얼렸던 정자를 “유통기한이 다 돼 폐기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자 냉동, 과연 가임력 보존을 꿈꾸는 남성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일까. 시간과 돈만 쓰고, 오래 보관을 못 하는 건 아닐까? 한번 열렸다 녹인 정자는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얼릴 결심’을 내리기에 앞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김태진 일산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에게 던졌다. ‘난 아직 괜찮은데?’라고 자신하는 30~40대 남성이 많지만, 김 교수는 “남자에게도 가임기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