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의 페이컴 센터에서 열린 2024~2025 NBA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홈 경기에서 에이스 셰이 길저스 알렉산더(SGA)의 맹활약을 앞세워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103-91로 꺾었다.
시애틀 슈퍼 소닉스의 선수단을 이어받고 연고지를 옮겨 2008년 창단한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우승을 통해 구단 역사상 첫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애틀은 1978~1979시즌 우승했지만, 공식적으로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애틀의 역사를 계승하지 않는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이번 챔프전 우승은 2019년 단행한 폴 조지 트레이드의 ‘나비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가 비시즌에 NBA 최고의 스몰 포워드로 군림하고 있던 카와이 레너드를 영입했고, 레너드는 조지와 ‘슈퍼스타 포워드 듀오’를 결성하길 원했다. 이에 클리퍼스는 조지 영입을 위해 이제 막 데뷔 시즌을 보낸 유망주였던 SGA와 5개의 1라운드 지명권 등을 오클라호마에 얹어 보내며 조지를 영입했다. 레너드-조지 듀오 결성을 통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클리퍼스는 결국 챔프전 우승에 실패하고,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조지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이적하면서 슈퍼스타 듀오도 깨졌다.


반면 오클라호마시티는 SGA를 리빌딩의 초석으로 삼아 에이스 역할을 부여했다. 약팀 에이스로서 경험치를 쌓으며 무럭무럭 성장한 SGA는 7년차에 접어든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32.7점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도 수상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조지 트레이드로 얻은 신인 지명권으로 2옵션인 제일런 윌리엄스(2022년 1라운드 12순위)도 얻었다. 사실상 조지 트레이드의 유산으로 이번 우승을 해낸 셈이다.
6차전까지 3승3패로 팽팽히 맞선 승부를 끝낸 것도 SGA였다. 3승2패로 앞서 있던 지난 6차전에서 21점을 넣었지만 턴오버를 무려 8개나 범하며 경기를 망쳤던 SGA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야투를 27개 시도해 8개만 넣는 야투 부진을 보이긴 했지만, 저돌적인 돌파로 자유투를 12개를 얻어내 11개를 꽂아 넣으며 29점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 경기에 단 2개에 불과했던 어시스트를 12개나 올리며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다. 적극적인 2대2 플레이와 저돌적인 돌파로 더블 팀 수비를 유도한 뒤 빈 공간에 있는 동료들에게 ‘꿀패스’ 12개를 전달하는 동안 범한 턴오버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스틸 1개와 블록슛 2개까지 곁들이며 자신이 왜 NBA 최고의 공수겸장 포인트가드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해낸 SGA다. 2옵션 윌리엄스도 20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SGA를 잘 보좌했다.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드 워리어스) 등장 이전 역대 최고의 3점 슈터로 꼽히던 레지 밀러가 팀을 이끌던 시절인 1999~2000시즌 챔프전 준우승 이후 25년 만에 다시 챔프전에 오른 인디애나도 창단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에이스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부상으로 또 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경기 시작부터 3점포 3개를 꽂아넣으며 인디애나 공격을 주도하던 할리버튼은 1쿼터 5분 2초를 남긴 상황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혼자 쓰러졌다. 쓰러지자마자 본인의 몸 상태를 직감한 할리버튼은 코트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눈물을 보였고,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할리버튼의 진단 결과는 아킬레스건 파열 소견이었다.
팀 최고의 득점원이자 NBA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는 포인트가드인 할리버튼을 잃은 인디애나지만, 전반까지는 오클라호마시티와 대등하게 싸웠다. 전반 종료 직전엔 앤드루 넴하드의 3점슛을 통해 전반을 48-47, 1점차 리드로 끝내기도 했다.


그러나 3쿼터부터 전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3쿼터 초반 SGA와 쳇 홈그렌, 윌리엄스가 3연속 3점슛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고, 3쿼터를 81-68로 앞서나가며 우승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갔다. 운명의 4쿼터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SGA의 3점포를 시작으로 연속 9득점에 성공한 오클라호마시티는 22점차 리드를 잡았다. 인디애나도 할리버튼 대신 후반부터 주전으로 뛴 베네딕트 매서린을 앞세워 종료 2분32초 전 10점 차까지 격차를 좁혔지만, SGA와 윌리엄스가 침착하게 상대 수비를 이용한 플레이로 자유투를 유도하면서 경기를 매조지했다. 인디애나로선 할리버튼의 부재로 안정적인 경기 조립이 힘들어졌고, 턴오버 21개로 오클라호마시티(7개)보다 3배나 더 저지르면서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정규리그 MVP에 이어 서부 콘퍼런스 결승 MVP도 차지했던 SGA는 챔프전 MVP까지 석권했다. NBA 역사상 정규리그, 콘퍼런스 결승, 챔프전 MVP까지 독식한 선수는 SGA가 최초다. 경기 뒤 SGA는 “윌리엄스는 내 평생의 단 한 명의 선수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우승할 수 없었다. 나의 MVP는 윌리엄스다”라며 동료를 치켜세웠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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