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프로레슬링계의 상징적 심판 사사자키 가쓰미(60)가 야생 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신문과 배틀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사자키는 16일 오전 10시경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의 세미온천 노천탕을 청소하던 중 행방불명됐다. 여관 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청소 도구와 안경, 슬리퍼 등을 발견했으며, 주변에는 혈흔과 곰의 털이 흩어져 있었다.
수색은 악천후로 잠시 중단됐다가 다음 날 오전 재개됐고, 온천 북서쪽 약 50m 떨어진 숲속에서 사사자키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훼손 상태 등을 근거로 곰의 공격을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 인근에서는 키 약 1.5m의 수컷 반달가슴곰이 사살됐다.
이 지역에서는 이달 초에도 남성 1명이 곰의 습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동일 개체의 소행 여부가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 내 인명 피해가 연속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곰이 인간을 먹이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사자키 가쓰미는 1989년 여자 프로레슬링계 심판으로 데뷔해 전일본여자, ZERO1, 마리골드 등 주요 단체에서 활약했다. '카쓰미 타이거'로 불리며 30년 넘게 일본 프로레슬링의 링을 지켜온 인물이다.
2015년 ZERO1 운영사 '퍼스트온스테이지' 부사장, 2018년 '드림온스테이지' 사장으로 활동했으며, 올해 초 은퇴 후 가족과 함께 기타카미시로 이주해 온천업에 종사해왔다.
프로레슬링 제작자 아라이 히데오는 “온화하고 성실한 인물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여성 프로레슬링 단체 '마리골드'의 오가와 로시 대표도 “그의 마지막 심판 무대는 우리 링이었다. 조용하지만 책임감 강한 사람이었다”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올해 곰 습격으로 숨진 사람이 이미 7명에 달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피해 확산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곰을 발견 즉시 사살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며 사실상 '곰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