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겁내면 당신 손해다…의사도 먹는 '2만원 탈모약'

2024-10-22

탈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대머리’는 결혼 기피 1순위고, 취업에도 불리하다고 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위축된 탈모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내 탈모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25만 명, 지난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24억원에 달한다. 탈모인들은 온라인에 쏟아져 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약과 치료법에 큰돈을 쓰기도 한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용빈 원장(모모 성형외과의원)은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아도 탈모가 악화하는 건 결국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 때문”이라며 “SNS 등에 퍼진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올바른 치료를 받을 ‘골든 타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모 치료와 모발 이식을 전문으로 진료해온 김 원장은 자신을 “20년 차 탈모 환자”라고 소개했다. 탈모 전문 의사이자 탈모 환자인 그가 생각한 탈모 정복의 길은 뭘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면 영락없이 탈모인이 된 걸까.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걸 노화 탓으로 돌리는 이도 적지 않다. 김 원장은 “노화에 따른 머리카락 굵기나 개수 변화는 탈모와 확연히 구분된다”고 말한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똑같이 탈모 유전을 갖고 있더라도 누군가는 10대 후반부터 머리가 벗어지고 누군가는 중년이 돼서야 탈모 증상이 서서히 발현된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가장 널리 알려진 탈모 약은 ‘프로페시아(Propecia)’와 ‘아보다트(Avodart)’다. 아보다트가 ‘M자 탈모’에 더 효과적이라는 속설도 있다. 이는 사실일까. 또 약효가 세다고 알려진 아보다트를 프로페시아보다 먼저 처방받는 게 치료에 더 효과적일까. 성 기능 부작용도 있다고 알려졌다. 어떤 약이 더 안 좋을까. 김 원장은 “두 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정확히 알아야 탈모 증상에 맞는 대처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비싼 오리지널약 대신 같은 성분을 가진 제네릭(복제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김 원장은 “치료 병원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며 탈모 치료를 위한 올바른 병원 선택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또 값비싼 주사 치료 등을 받을 때 병원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 구체적인 요령은 무엇인지, 탈모 유형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도 상세히 전했다.

머리카락, 얼마나 얇아져야 탈모일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탈모인가.

환자들은 보통 모발이 빠지는 데 집중하는데, 모발이 가늘어지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보통 가늘어지면 탈모로 진단한다. 머리카락 볼륨이 죽고, 헤어스타일링이 안 되기 시작하는 이유도 모발이 가늘어져서 그런 경우가 더 많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연모화’ 기준은.

우선 두피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뒤통수, 후두부는 보통 연모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모발이 다 굵고 건강하다. 그런데 탈모가 걱정되는 부분을 보면 굵은 모발과 확연하게 가늘어진 모발이 섞여 있다. ‘연모화’가 특정 비율을 넘어선다고 판단될 때 정수리 탈모, M자 탈모로 판단한다.

노화에 따른 연모화는 ‘탈모’와 양상이 다른가.

노화로 머리 숨이 죽는 것과 유전이나 남성호르몬 활성으로 인한 안드로겐성 탈모로 숨이 죽는 건 패턴 차이가 확연하다. 현미경으로 봤을 때 후두부까지 머리카락이 가늘어져 있다면 이는 노화 때문이지만, M자 탈모와 정수리 탈모는 특정 패턴을 따른다. 또 황비홍처럼 이마가 넓어지는 C자 타입까지 세 가지가 가장 흔한 탈모 패턴이다.

유전과 환경, 탈모에 더 치명적인 요인은

유전과 환경, 둘 중 탈모에 영향을 더 많이 주는 건.

어떤 질환이든 유전이 가장 중요하다. 유전 요소를 가진 사람에게 ‘트리거 포인트(trigger point)’로 작용하는 게 생활 습관과 환경이다. 환자들에게 항상 “유전적인 (탈모) 성향이 있으니 생활 관리에서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데, 요즘 스트레스 받을 일이 너무 많다.

‘탈모는 한 대 걸러 유전된다’는 속설도 있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교과서적으로 따져보면 자녀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는다. 탈모가 발현되려면 물려받은 유전자 둘 중 하나는 탈모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 부모 양쪽에서 하나라도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면 자식은 탈모 유전을 갖는 셈이다. 경우의 수가 네 가지다. 부모 양쪽 또는 한쪽에서 탈모 유전을 받으면 75%의 확률로 탈모 유전은 대를 건너뛸 수 없다. 탈모 유전은 우성 형질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의 경우, 부모 모두에게서 탈모가 아닌 유전을 받으면 한 대를 거를 수도 있다.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탈모가 무조건 발현되나.

무조건 발현되진 않는다. 탈모 유전을 갖고 있더라도 조심하면 약 40~50세까지 탈모가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탈모 유전을 갖고 있더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고 잘 관리하면 된다.

탈모 속도에 개인차가 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빠르게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을 보면 보통 부모 양쪽에 탈모 유전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탈모 형질이 매우 세다. 그런 사람 중 생활 습관이 안 좋거나 트리거 포인트가 있다면 남들보다 더 어릴 때부터 탈모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탈모 트리거’로 작용하는 특정 체질이 있나.

가슴 털이 많거나 턱이 발달한 사람들. 누가 봐도 남성 호르몬이 많다면 보통 탈모 위험이 더 크다. 보통 탈모 리스크를 평가할 때 ‘체모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리스크가 더 있다고 판단하는 편이다.

‘M자 탈모’엔 프로페시아보다 아보다트? 진실은

대표적인 탈모약으로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가 있다.

‘대머리’가 되는 탈모를 보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5α-Reductase’라는 효소에 의해 ‘대머리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DHT(Dihydrotestosterone)라는 물질로 바뀐다. 이 DHT가 안드로겐성 탈모의 주범이다. 머리카락 모낭에는 DHT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달려 있어서 DHT를 있는 대로 잡고 세포 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DHT를 받아들이는 모낭 수용체가 민감한지에 따라 탈모 여부가 결정된다. 그래서 탈모를 막으려면 DHT를 줄이거나 남성호르몬을 DHT로 바꿔주는 ‘5α-Reductase’ 효소 기능을 억제해야 한다. 이 기능을 억제하고, 궁극적인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게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성분의 프로페시아와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성분의 아보다트다.

두 약은 DHT 감소 효과가 비슷한가.

둘 다 뭘 먹어도 상관없는데, 처음엔 프로페시아를 처방한다. 이후 효과가 덜하거나 반응이 없는 분들에 한해 아보다트를 처방하는 편이다. 아보다트는 성분으로 따졌을 때 함량이 거의 5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탈모 초기 프로페시아만으로 충분하다면 이걸 먹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처방한다. 조금 부족하고 아쉽다면 아보다트를 처방한다.

아보다트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인가.

아보다트의 경우 성(性) 관련 부작용 말고 피로감·몽롱함 같은 부작용은 아직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함량이 더 센 편이라 그런 증상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고령이나 탈모가 많이 진행된 이들에겐 아보다트를 먼저 추천하지만 보통 프로페시아를 먼저 추천한다.

‘M자 탈모에는 아보다트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제약 회사에선 그렇게 강조하기도 한다. 근데 ‘M자(탈모)에 특별하게 더 효과가 있다’는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그냥 아보다트 자체가 프로페시아보다 효과 데이터가 더 좋다. 그래서 M자 탈모에도 더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다.

왜 유독 ‘M자 탈모’에 효과가 좋다고 강조하나.

프로페시아의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라는 성분은 ‘5α-Reductase’ 효소의 type-2를 억제한다. 아보다트는 type-1, type-2 두 가지를 모두 억제한다.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 헤어 라인에는 type-1에 대한 게 많기 때문에 아보다트가 M자에 더 잘 듣는다’고 강조하는데, 따져보면 이 문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단순히 다른 타입을 더 억제하기 때문에 ‘M자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더 휘어잡자’는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보다트는 성 기능 장애 부작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나.

연관이 있다. 드물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 다만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약의 좋은 점에 집중해 복용을 권장한다. 복용 후 이상이 있다면 상담을 권한다. 그때 복용을 중단해도 충분히 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마일드(mild)한 증상은 복용하다 보면 적응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너무 부작용에 집중하면 길게 봐선 환자에게 손해다.

(계속〉

“주사 효과에 넘어가지 마라”

탈모 20년차 의사는 왜 주사 치료를 우려했을까요. 병원 상술에 당하지 않는 법도 알려드립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구독해보세요.

〈VOICE:세상을 말하다 추천기사〉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