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반가량 수업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 선언에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를 필두로 지역의사회가 의대생들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환자단체는 정부의 선처성 특혜조치가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10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사직·휴학했다고 주장하면서 1년 5개월 동안 의료와 교육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의정갈등 해소 논의가 시작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작 피해자인 환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의 피해 당사자인 환자들의 관점에선 끝까지 복귀하지 않다가 정부의 특혜성 조치에 기대 돌아온 전공의·의대생이 더 우대받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또 "특혜로 인식될 수 있는 예외적 조치는 정의와 형평성에 어긋나며 먼저 복귀한 이들에게는 정부에 의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복귀는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단체는 "이제 더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겪고 싶지 않다"며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도 촉구했다. 2020년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 필수의료 행위는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지난해 전공의 집단 사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또 "의료는 특권이 아니고, 환자 없는 의료는 존재할 수 없다"며 "새 정부는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반드시 실현하고, 의정 갈등 피해 당사자인 환자에게도 제도적, 입법적 의견을 전달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12일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회에 힘쓰겠다"고 밝히며 정부에 학사 일정 조율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같은 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간담회를 한 뒤 "전공의 수련에는 정부의 각별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들의 복귀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전일(13일) 낸 성명에서 "의대생들의 복귀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이번 결단은 국민 건강과 의료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자 깊은 고뇌 끝에 나온 용기 있는 판단"이라며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사 일정 조율, 수련 과정 설계, 정서적 안정과 권리 보장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의 복귀가 불안과 고립이 아닌 존중과 환영 속에서 이뤄지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며 "다시는 의료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 정책의 수립·변경에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실질적 의정 협의체도 구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의사회 등 지역의사회는 “의료 정상화를 향한 진정한 전환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의대생·전공의 보호와 제도 개선을 위해 ▲의대생 교육 복귀에 대한 실질적 지원 ▲전공의 수련 재개 위한 안전장치와 협의체 마련 ▲의료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제도적 개혁 ▲젊은 의료인들의 개혁 요구 적극 수용을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