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소비자와 시골 생산자가 만나는 곳 ‘도시곳간’

2024-10-08

민요한 도시곳간 대표

도시곳간 민요한 대표에 대한 업계의 뜨거운 관심에는 이유가 있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CIA출신에, 1997년생 젊은 나이로 연 매출 약 247억 원의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라는 이력 때문이다. 도시곳간은 창업 첫해 이후 2022년 초 Pre-A 투자를 시작으로 CJ, 롯데, 스파크랩 등 기관들의 투자를 유치한 온오프라인 반찬숍을 운영하는 농식품 스타트업으로 전례 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작가

같은 베이스, 다른 매출

떡잎부터 남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요리 공부를 시작해 각종 자격증 사냥(?)을 했던 민요한 대표. 그는 학원 대신 중학교 때부터 세계로 배낭여행을 다니며 앞날을 미리 계획했다. 국내 대학 진학은 생각도 안 해봤다는 그가 택한 학교는 미국 CIA였다.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민 대표가 처음 시도한 계획은 국내외 유명인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학비 지원 요청한 것이었다. 배포는 좋았지만 도움을 얻진 못했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지원군이 있었다. 뷰티 유튜버로 유명해진 누나가 학비를 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미국으로 향했는데 예상보다 돈이 더 들어 1년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군대를 다녀와서 학비를 벌어가야겠다고 기획한 것이 반찬가게였다. 도시곳간의 시작점이었던 것.

“시장 안쪽에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나는 나대로 가게를 운영했다. 46㎡ 규모 매장에서 하루에 70~80만원씩 팔았는데 부모님 매장은 33㎡ 규모에서 30~4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다. 실제로 반찬은 대부분 어머니가 만드신 것으로 베이스는 같은 내용이었다.”

맛도 똑같고 가격도 똑같고 용기도 똑같은데 매출은 왜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난 걸까. 민 대표는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섰다.

얼마면 사실래요

도시곳간은 일반 반찬가게와는 외관부터 다른 매장을 꾸몄다. 지금은 단아한 느낌이지만, 론칭 당시에는 화려한 분위기로 만들어서 헤어숍이나 베이커리숍인지 알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장에 이런 브랜드가 생긴 것 자체가 생소했다.

요리학교에 다녔지만 한식 반찬은 낯설었던 민 대표. 그는 어머니가 만든 반찬에 자신이 셰프 수업에서 터득한 파스타와 수프, 샐러드 등을 추가해서 매대에 올렸다. 반찬을 사러 온 주부들은 ‘이런 메뉴도 있다’며 좋아했다. 명인, 청년농부, 자체 제작으로 만든 청 등도 구비했다. 창업 초반에는 반찬뿐만 아니라 꽃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진열하는 등 감성적인 분위기도 만들었다. 민 대표는 1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팔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 그랬더니 재고가 매월 2000~3000만원 가량 나왔다. 실제 타깃층은 장바구니 들고 다니면서 1000~2000원짜리 채소를 사는 주부들인데, 그들에게 4~5만원짜리 선물 세트를 팔고 있던 것이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내가 봤을 때 예쁜 것을 하면 안 되겠구나, 우리 엄마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고객들과 소통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다. 신메뉴가 나오면 고객들에게 항상 묻곤 했다. 얼마 정도면 사실래요? 라고.”

프리미엄 반찬 편집숍

도시 소비자가 시골 생산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 도시곳간. 그래서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민 대표는 도시곳간이란 이름을 지었다. 도시곳간은 반찬뿐만 아니라 전국 로컬 농가들의 제품, 셰프들의 요리가 매일, 매주, 매월 바뀌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반찬가게만의 포지션이 아닌, 동네에 없는 작은 숍들이 모여진 숍인숍 기반의 편집숍으로 구성했다. 떡집, 커피숍, 베이커리, 반찬, 과일 등 다 따로 가야만 했던 가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주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반찬이 엄청 맛있다며 오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신 올 때마다 진열된 상품들이 바뀌어 있거나 반찬이 매일 매일 바뀌기 때문에 찾아주는 고객들이 많다. 고객들 밥상도 매일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 역시 매일 반찬가게를 찾는다. 그래서 매장 내에 월간 메뉴표를 만들어 붙였다. 주부들은 이제 이를 확인하고 필요한 날에 방문하신다.”

특히 도시농가에 입점한 농가는 상상 이하의 소규모 농가다. 이런 농가를 찾아내어 현재 약 100여 명 이상의 로컬 판매자들이 입점해 있고 전체 직매입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판매 추이나 데이터를 보고 계속 확장시키고 있다.

누적고객 120만명, 연간 400만개 반찬 팔려

도시곳간은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지난해 약 247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누적 고객은 120만명, 연간 약 400만 개의 반찬 판매가 이루어졌다. 놀라운 기록이다. 그러나 민 대표는 도시곳간 운영 초창기에는 자신이 브랜드 론칭한 사실을 2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미국 유학까지 간 놈이 겨우 시장 반찬가게야’ 하는 소리를 듣는 게 싫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당시엔 사업적으로 크게 키울 생각은 없었다.”

민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지난 2020년 말 즈음에야 도시곳간이 ‘되는 비즈니스’라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의 반찬 가게를 모델로 삼았지만, 하루 14시간을 일하면서도 고작 30~40만원 매출이란 사실에 놀라고 화도 났다. 이걸 보면서 ‘우리 부모님이 진짜 쉽게 운영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 프랜차이즈를 기획했다. 론칭 당시인 2019년에는 청년 창업 대출이 수월해서 무려 1억원 대출을 받아서 바로 시작했다.

2021년 3월 1일에 첫 가맹점을 열고 이어 3호, 4호점을 바로 열었다. 멀리 대구에서부터 소문 듣고 온 분들이 가맹점을 요청했는데, 그때는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서 매장에서 3~4개월 같이 일하면서 배웠다. 1호 가맹점주는 그때 제대로 일을 배운 덕분에 지금도 전체 60개 가까운 매장 가운데 상위 5위 안에 드는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40㎡ 이하, 월세 100만원 매장에서 월 매출 1억 5000만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

반찬편집숍 스타트업 이제, 세계로

도시곳간은 지난 2023년 약 42억원, 2024년 8월 20억원을 추가로 누적 약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CJ제일제당, 롯데 등 다양한 대기업들과 여러 협업을 통해 서로가 해결하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도시곳간처럼 투자를 받으면서 스타트업 개념처럼 성장하는 회사가 드물거나 밖으로 내세우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나 민 대표는 오히려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에 거리낌 없이 투자 사실을 공개하자 그 이후에도 많은 투자 문의가 이루어졌다고. 특히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이 주주로 있다보니 사업을 전개하는데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고 협업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민 대표는 반찬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그전에 먼저 국내에서 도시곳간을 마이크로 단위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온라인도 큰 시장이지만 오프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보고 있다. 반찬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동네에 꼭 있어야 할 가게, 라이프스타일에 더 깊숙하게 들어간 브랜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비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민요한 대표의 얘기를 듣다 보니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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