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유럽 재정 '낙제생' 그리스, 유로존 경제 기구 수장 꿰찼다

2025-12-12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을 이끌게 됐다.

키리아코스 피에라카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선거에서 경쟁자인 빈센트 반 페테검 벨기에 부총리를 누르고 유로그룹 의장으로 뽑혔다. 그는 12일 취임해 향후 2년 반 동안 유로그룹 수장으로서 유로존 주요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피에라카키스 장관의 의장 선출에 외신들은 불과 10여년 전 방만한 재정 지출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탈퇴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가 자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조율하던 유로그룹을 총괄하는 위치에 오르며 반전 드라마를 쓴 셈이라고 논평했다.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직전에 처한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약 289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 위기를 넘겼고, 2018년 8월 8년 만에 구제금융 체제를 졸업했다. 이 과정에서 유로그룹은 그리스에 구제금융의 대가로 혹독한 긴축과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2010년대 초 유로존 위기의 진앙인 '피그'(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에 속하는 오명을 썼었다.

그랬던 그리스가 이제는 최근 관광 산업의 활성화 등에 힘입어 2%를 웃도는 안정적 경제 성장률과 유로존 최고 투자율, 재정 흑자를 기록하며 유로존 '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 거듭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선거는 그리스와 유로존에 중요한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그리스는 지난 10년간 큰 발전을 이뤘다"며 "피에라카키스 장관의 유로그룹 의장 선출은 그리스와 EU 모두 큰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인정"이라고 반겼다.

피에라카키스 신임 의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수학한 컴퓨터 과학자 출신으로 2019∼2023년 그리스 디지털부 장관을 지내며 그리스 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고 올초 재무장관에 취임했다. 당초 유로그룹 수장으로 유력하던 페테검 벨기에 부총리는 러시아 동결 자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벨기에의 강력한 반발에 대다수 EU 회원국이 등을 돌리며 쓴잔을 마셨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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