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폭주 몰아치는데도 내분…與의총서 드러난 자중지란 민낯 [현장에서]

2024-12-03

“당 대표 어디갔어!”

2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 도중 한 중진 의원의 까랑까랑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당 지도부를 향한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터져 나온 고성으로,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야당의 총공세를 마주한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꼬집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누구도 ‘한동훈’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았지만, 상당수 발언이 ‘한동훈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 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의총은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한 감사원장ㆍ검사 탄핵 추진과 감액 예산안 강행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여소야대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라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운을 띄우자 곧바로 열띤 논의가 시작됐다. 복수의 의총 참석자에 따르면 먼저 발언에 나선 초선들은 원내지도부에 투쟁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에 지도부는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당원 3000명이 참가하는 ‘탄핵 남발 방탄 폭거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생산적인 논의는 여기까지였다. 중진들이 나서면서 의총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단에 선 대구ㆍ경북(TK) 지역의 한 중진은 “우리가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탄핵을 당했고, 당이 힘들어졌던 것”이라며 “이후 탈당파들이 입당할 때 손뼉 치고 환영했다. 마음에 비수를 꽂고 나갔지만, 원팀이 돼야만 산다는 심정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의 아픔을 모르는 초선이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누가 귀담아듣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TK 중진은 “당 지도부가 안 보인다. 전략기획부총장이 누구냐. 조직부총장은 누구냐. 하나가 돼야 투쟁하지 따로따로 움직이면 어떡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부산ㆍ경남(PK) 초선 의원도 “당직자들이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거들었다.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전 최고위원과 충돌한 신지호ㆍ정성국 부총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반대로 초ㆍ재선 중심 친한계는 토론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지난 10월 말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의총을 열어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총의를 묻자”고 몰아붙이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친한계 재선 서범수 사무총장이 발언권을 얻어 “당 지도부가 더 잘하겠다”고 말한 게 유일한 답변이었다. 국회의원이 아닌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의총 분위기가 거칠어지자 “계파 종식 선언하자” “윤·한 갈등 종식하자”고 주장하며 중재를 시도한 건 오히려 친한계도 친윤계도 아닌 계파색이 옅은 초ㆍ재선 의원들이었다. 거야의 폭주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건 ‘자중지란 여당’의 민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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