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세상의 모든 영욕 다 내려놓고,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 짚신. 그리고 물 담는 표주박 차고 강산풍경을 찾는 <죽장망혜>를 소개하였다.
장저와 걸익이 밭을 갈고 있는 모습과 바둑 두는 사호(四皓)선생, 그리고 기산(簊山) 넘어 영수(潁水)에서 허유(許由)가 귀를 씻는 모습이나, 소부(巢父)가 물을 마시려는 소의 고삐를 잡아끄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와 “어화 벗님네야, 빈천(貧賤)을 한(恨)치 말고 자락(自樂)하며 지내보세.”로 끝맺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에는 노랫말이 아름답거니와 그 가사 위에 얹힌 가락들이 친숙해서 비교적 널리 불려지고 있는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줄여서 <운담풍경>이라는 단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노래 역시, 한문으로 짜인 부분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는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기에,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멋진 풍경을 보는 듯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작 부분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풀이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구름은 엷고 바람이 가벼운 한 낮에, 작은 수레에 술을 싣고서,)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앞내의 모래섬으로 내려가니,)
넘노나니, 황봉백접(黃峰白蝶) 쭈루루 풍덩, 옥파창랑(玉波蒼浪)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벌과 나비, 옥 같은 파도와 푸른 물결이 마치 북숭아 꽃이로다).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용수세(山容水勢)를 그림하고,
(꽃과 잎은 산과 물의 흐름을 그려내고),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 춘흥(春光春興)을 자랑한다.
(봄빛과 봄철에 일어나는 흥과 운치를 뽑낸다.)
어디메로 가잤어라. 한 곳을 점점 내려가니
언덕 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石壁) 하에 어옹(漁翁)이라.
(나무하는 어린 아동, 깎아 지른 돌벽 밑의 고기 잡는 노인)
새벽별 가을 달빛 강심에 거꾸러져 수중산천을 그렸는데, 편안하게 나는 저 백구(白鷗)는 한가함을 자랑한다.
은린옥척 펼펼 뛰고, 쌍쌍원앙이 높이 떠
(비늘이 은빛 같고, 옥(玉) 같은 물고기 펄펄 뛰고, 쌍을 이룬 원앙 높이 떠)
청풍(淸風)은 서래(西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맑은 바람 서쪽으로 불고, 물결은 일지 않는구나.) - 가운데 줄임 -
풍월강산 구경하고 동해로 건너갈 제, 아동방(我東方) 금수강산
동금강(東金剛), 서구월(西九月), 남지리(南智異), 북향산(北香山),
가야산(伽倻山), 속리산(俗離山)을 편답(遍踏)하고, 삼각산(三角山)을 올라가니,
우리 금수강산 동쪽에 금강산, 서쪽에 구월산, 남쪽에 지리산, 북쪽에는 묘향산, 경상도의 가야산, 충청의 속리산을 지나 서울 삼각산을 올라가니,
금부용(金芙蓉) 만장봉(萬丈峯)에 서색(瑞色)은 반공(蟠空)이요,
남산송백은 울울창창(鬱鬱蒼蒼), 한강유수(漢江流水)는 호호양양(浩浩洋洋), 춘대일월(春臺日月) 태평기색(太平氣色)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이로구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 보자.

삼각산이란 북한산이다. 북한산의 형태가 금색의 부용초 같은 수많은 봉우리에 상서로운 빛이 감돌고 있는데, 남산의 소나무, 잣나무가 울울창창(鬱鬱蒼蒼)하고, 한강물은 넓고 길게 끊임없이 이어가는 모습이어서 그 태평의 기운이 천만년 세월을 이어가는 금탕(金湯)이라 노래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가는 중국의 문인들이 읊은 중국의 풍경이나 역사에 나타난 인물들을 줄줄이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노래는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풍경을 노래하고 있는 점에서 친근감이 간다. 이와 함께 노랫말도 짧은 인생의 비애라든가, 또는 허무함에 대한 한탄은 전혀 없이 눈앞에 전개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희망적이고, 서정적인 내용들이어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위에 흥겨운 장단과 고저의 조화로움을 이어가는 가락, 등등이 객석과 공감하는 흥겨운 노래다. 이 단가와 처음 만나는 애호가들은 한 번 더 노래 가사를 확인하게 되고, 다시 듣기를 요청한다는 멋진 단가로 유명하다. 마지막 구절 역시, 남은 인생을 즐겁게 보내자는 희망의 메시지, “거드렁 거리고 놀아 보자.”로 끝을 낸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