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손에 맞았는데 왜 반칙이 아니야?”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심판은 단순히 “공이 팔에 닿았는가”만 보지 않는다. 그 상황이 의도적인가, 자연스러운 동작인가, 그리고 득점에 영향을 줬는가 등을 고려한다. 국제축구평의회(IFAB)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핸드볼 판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① 공을 향해 팔 또는 어깨가 움직였나(의도성·Intent) : 핸드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의성이다. 즉, 선수가 일부러 손이나 팔을 공쪽으로 움직여 공을 막으려 했는가다. 만약 수비수가 상대 슛이 날아오는 걸 보고 팔을 내밀거나 어깨, 몸통을 공쪽으로 돌렸다면 명백한 핸드볼이다. 물론 공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튄 공이 팔에 맞았을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선수가 피할 시간조차 없었다면 ‘비의도적 접촉’으로 판단돼 반칙이 아닐 수도 있다. 심판은 이때 공의 속도, 거리, 반응 시간 등을 함께 따져본다. 결국 중요한 건 “공이 팔로 갔는가”가 아니라 “팔이 공으로 갔느냐”다.
② 팔의 위치가 자연스러운가(자세·Position) : 고의가 아니더라도 팔의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져 있었다면 반칙이 될 수 있다. 축구에서는 점프나 달릴 때 팔을 어느 정도 벌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공의 진행을 막으려는 듯 팔을 크게 펼쳤다면 이는 ‘비자연적인 자세’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수비수가 몸을 넓혀 슛을 차단하려다 팔에 맞았다면, 일부러 팔을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핸드볼로 볼 수 있다. FIFA 규정에도 “팔이 몸을 부당하게 넓게 보이게 했다면 핸드볼”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즉, 심판은 단순히 ‘의도’를 넘어, 팔의 위치가 ‘필요 이상으로 넓었는가’까지 본다.
③ 득점과 직접 관련됐는가(득점 연관·Goal-related) : 공격 상황에서는 판정이 훨씬 더 엄격하다. 공격수가 팔이나 손에 공을 맞힌 뒤 곧바로 골이 들어가거나, 그로 인해 득점 기회가 만들어졌다면 의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반칙이다. FIFA는 “손으로 만들어진 골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격수가 슛을 하려다 공이 팔에 맞고 들어갔다면, 우연이라도 득점은 무효다. 또한 팔에 맞은 공이 팀 동료에게 흘러가 골로 이어져도 결과는 같다. 만약 슈팅이 골문으로 향하고 있었고, 수비수 손에 맞지 않았다면 골이 됐을 상황이라면 심판은 명백한 득점 저지로 판단한다. 이때는 처벌이 매우 무겁다. 심판은 즉시 핸드볼 파울 + 퇴장(레드카드) 을 선언하고 그 장면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일어났다면 페널티킥(PK) 을 준다. 예를 들어 골라인 바로 앞에서 수비수가 팔로 공을 쳐내거나, 팔을 벌려 슛을 막았다면, 의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이건 ‘득점 기회를 불법적으로 차단했다’는 중대한 반칙이다. 공이 손끝에 살짝 스친 것이라도, 결과적으로 골을 막았다면 가장 무거운 판정이 내려진다.
축구의 판정은 수학이 아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응원하는 팀 입장에서 정반대로 해석하고 주장할 여지가 많은 게 축구 판정이다. 또 심판의 해석과 판정 기준, 경기의 맥락 등에 따라서 판정은 달라질 수 있다. 경기 흐름, 선수 동작, 공의 속도와 거리, 심판 시야 각도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비슷한 장면이라도 다른 판정이 나올 수 있다. 한쪽은 “명백한 반칙”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은 “억울하다”고 항의하지만, 결국 판정의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 팀과 팬들도 “우리만 옳다”는 태도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심판도 인간이라 좋은 판정을 내릴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그걸 보완하는 게 VAR(Video Assistant Referee), 온필드 리뷰(On-field Review·OFR), 반자동 오프사이드(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SAOT), FVS(Football Video System) 등이다. 심판도 논란이 생길만한 장면에서는 자기 고집, 자기 판단을 잠시 유보하고 과학의 힘을 빌리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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