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선전(신천지)이 세무당국과의 법정 공방에서 잇따라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국세청은 신천지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후 신천지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등에게 증여세와 법인세 등을 부과했는데, 최근 이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신천지가 대부분 승소했다. 국세청이 특정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만희·신천지에 부과한 증여세, 모두 취소?
2020년 4월 국세청은 신천지를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직원 200여 명을 투입한 고강도 조사였다. 당시 코로나19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에 대한 탈세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당시 국세청이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에게 부과한 증여세에 제기된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0월 이만희 총회장은 동안양세무서가 부과한 10억 4361만 8730원의 증여세 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증여세는 서울지방국세청이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을 조사한 결과 부과된 것이다.
사건은 2013년 이만희 총회장과 김남희 전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가 공동으로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평화의 궁전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평화의 궁전 매입비용과 건축비용 중 이만희 총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18억 5674만 4367원을 김 전 대표가 부담했다고 판단했다. 이 금액이 이만희 총회장에게 증여됐다고 간주해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 10억 4361만 8730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만희 총회장의 손을 들었다.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곽형섭)는 세무당국이 증여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봤다. 법원은 이만희 총회장이 신천지로부터 대여금 약정서를 작성해 자금을 차용하고, 김 전 대표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했다는 정황을 들어 증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올해 2월 8일 10여억 원의 증여세 부과 처분은 취소됐다.
국세청은 신천지 교단이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신천지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LA 교회에 약 85억 원을, 남아공 교회에 약 23억 원을 송금했는데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러한 행위가 증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증여세 52억 3557만 4860원을 부과했고, 2022년 7월 신천지는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엄상문)는 LA 교회와 남아공 교회가 ‘종교의 보급 및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공익법인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는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봤다. 또 두 교회의 설립 목적과 정관, 운영 방식, 송금액의 사용 내역 등이 종교적 공익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2023년 9월 법원은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가 납세자의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했다며 52억여 원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피고인 동안양세무서장 측이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선고 기일은 12월 6일이다.
#31억 원 법인세 부과 처분은 인정
다만 증여세를 제외한 법인세 부과처분은 인정됐다. 2022년 5월 신천지는 동안양세무서장을 포함한 66명의 세무서장에게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신천지 세무조사 후 약 31억 원의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신천지가 지부 교회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행사 DVD를 제작·판매하면서 매출과 수익을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신천지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점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탈세했고, DVD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천지는 매점을 개인 명의로 운영한 것은 탈세 목적이 아니었으며 DVD는 신도들에게 무상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6일 수원지방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임수연)는 신천지의 탈세 목적과 DVD 판매 수익이 확인된다며 서울지방국세청의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처분을 유지하고, 신천지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이에 신천지가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가 잇따라 취소되자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세무조사 당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종교 단체에 대한 세무조사 자체가 통상적이지 않을뿐더러, 특정 종교에 대해서만 고강도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200여 명이 투입되는 세무조사는 대기업에도 하지 않는 이상한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 패소에 대해 국세청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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