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신탁사들이 이전보다 더 도시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리스크 부담이 큰 책임준공형 사업을 대신할 주력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1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탁사들은 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나 조합과 잇달아 정비사업 관련 협약을 맺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광명 하안주공6·7단지 재건축 추진위와 업무협약을 맺고 우선협상대상자(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최근 서울 구로 한효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회와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토지신탁은 코리아신탁과 함께 수원 우만1동 재개발 예비신탁사로 뽑히기도 했다.
이처럼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에 힘을 쏟는 데는 정비사업 내 주택 소유주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일부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게 이유다.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조합으로는 이같은 난관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개발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는 게 사업진행이 빠르다고 판단해 신탁사와 손을 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탁사로서도 2016년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가 정비사업 참여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정비사업이 필요해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책임준공형 신탁사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비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도 있다.
관리형 토지신탁의 일종인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은 시공사가 준공 못할 경우 신탁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채무 등 금융비용 부담을 책임지는 사업이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책임준공형 사업이 신탁사들의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잇달아 도산하면서 책임준공은 신탁사에 있어 애물단지가 됐다. 금융당국도 책준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때문에 신탁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비사업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 신탁사로서는 수수료로 사업비의 3~4%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신탁방식으로 진행한 정비사업장이 준공되는 등 결과물이 쌓이고 있어 신탁방식 추진 현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람코자산신탁의 경우 지금까지 총 5곳의 정비사업장을 준공으로 이끌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11월 인천 서구 롯데우람 아파트를 재건축한 브라운스톤 더프라임을 입주 완료했다. 2019년 11월 사업대행자로 지정된 지 5년만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신탁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책임준공형 사업은 물론 정비사업에도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 점이 신탁사 정비사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1일부터 신탁회사의 토지신탁 취급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자칫 빠른 사업진행이라는 신탁방식 정비사업 장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한 국토교통부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신탁사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정작 금융당국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며 "관련 부처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