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봐 트렌드 전쟁이다"...지드래곤 업은 하나금융이 노리는 것

2025-01-12

[FETV=권지현 기자]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그룹이 시대의 아이콘, 아니 시대를 넘나드는 아이콘 '지드래곤'(G-Dragon·GD)을 그룹의 새 광고모델로 발탁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연초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선정해 큰 관심을 받았던 하나금융은 올해는 지드래곤을 낙점, 브랜드 마케팅 외연을 1년 만에 또다시 대폭 확장했다. 지드래곤은 금융권에서 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지드래곤이 금융회사와 연을 맺은 건 지난 2018년 6월 IBK기업은행과 직접 디자인한 'GD 체크카드'를 선보인 이후 약 6년 7개월 만이다.

하나금융이 새해 벽두부터 지드래곤 모델 발탁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그룹의 2025년 경영방침이 재주목 받고 있다. 열흘 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이 실천해 나가야 할 경영목표를 조목조목 언급했는데, 당시 힘줘 말한 단어가 '트렌드'다. 그룹의 2025년 새 얼굴 선정 기준이 이와 잇닿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최고경영자(CEO) 중 새해 첫 메시지를 통해 '트렌드 주목'을 강조한 이는 함 회장이 유일하다.

함 회장은 시대의 전반적인 동향을 기민하게 파악하는 것이 신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영역의 간접적인 확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동향 파악, 즉 트렌드 주목은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는 빈틈 없는 '전 연령층 공략'으로 집약된다.

실제 함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취임 후 세대를 아우르는 광고모델을 잇달아 기용하는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드래곤을 포함해 현재 그룹 모델인 손흥민, 임영웅, 안유진, 강호동 중 손흥민을 제외한 4명이 모두 함 회장 체제에서 발탁된 인물들이다. '주장' 손흥민이 하나금융의 '1등 그룹'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면, 안유진과 임영웅은 각각 트레블로그, 자산관리 서비스 모델로도 활동하며 청년층과 중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강호동은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한 그룹의 신규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브랜드 전략을 통해 경쟁사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은행은 2022~2023년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증권·카드·보험 등을 포함한 그룹 전체 외형, 수익성은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3위에 자리한다. 하나금융이 KB-신한 간 리딩금융 경쟁 대열에 합류하려면 고객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지드래곤은 음악 외 패션, 예술 부문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기존 광고모델들과는 다르다. 하나금융으로선 이번 지드래곤 기용이 기존 모델들이 채우지 못했던 빈틈을 메꾸고 잠재 고객을 미래 고객으로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함 회장이 강조한 '본업 강화' '신사업 확장' 역시 지드래곤 마케팅을 통해 보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드래곤의 '다양성'은 함 회장이 당부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도 맞닿아있다. 그간 하나금융은 주로 손흥민의 포용적 리더십을 통해 그룹 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이번 지드래곤 발탁으로 그룹 캠페인은 외연이 확장될 기회를 얻게 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혁신적인 브랜딩 활동을 펼쳐온 하나금융그룹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해 온 지드래곤이 향후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연초부터 브랜드 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안그래도 뜨거운 금융권 마케팅 전쟁이 올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관심이 모인다. 작년 7월 NH농협은행은 '선재' 변우석을 광고모델로 선정했으며, 같은해 6월 KB국민은행은 모델 에스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음원을 공동 기획,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우리은행은 작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고객 확보를 위해 그룹 모델 아이유가 등장하는 광고를 냈다.

특히 관심이 큰 은행권 K팝 콘서트의 경우 지난해 하나금융은 임영웅이 '하나플레이리스트 콘서트'에 불참해 모델 라이즈(RIIZE)를 앞세운 우리금융의 '모모콘'에 비견되며 10대들 사이에서 아쉽다는 반응을 얻었지만, 이번 지드래곤의 하나금융 모델 합류로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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