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 경영평가때 소송위험 반영

2024-12-03

당국, 무궁화신탁發 위험 차단

예상 손실에 손해배상액 반영

수탁한도는 자기자본 이내로

중소형社 자금확보 부담커질듯

정부 "부실추가확산 위험 적어"

금융당국이 건설경기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신탁사 자본 규제를 강화한다. 최근 국내 7위 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이 자산 부실로 당국으로부터 경영 개선 명령을 받는 등 손실 충격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의식한 것이다.

3일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정비한다"며 "책임준공형 신탁사는 부동산 사업을 끝내지 못하면 대주단(금융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데, 손해배상액을 총 위험액에 반영하는 방식을 강화해 건전성 기준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NCR(영업용 순자본÷총 위험액×100)이란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낮을수록 위험하다. 예상되는 영업 손실에 비해 현금화할 수 있는 순자본이 적다는 뜻이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NCR이 150% 밑으로 떨어진 신탁사는 당국으로부터 경영 개선 조치를 받는다. 무궁화신탁의 경우 NCR이 69%(3분기 기준)까지 낮아지며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제3자 매각 등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자본 규제가 강화돼 손해배상액이 총 위험액에 포함되면 분모가 커지며 NCR이 낮아지게 된다.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그만큼 현금화할 수 있는 영업용 자본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당국은 금융투자업 규정과 시행세칙을 고쳐 신탁사 총 위험액에 손해배상액을 반영하는 업체를 책임준공형에서 다른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토지신탁 사업장은 크게 △차입형 △관리형 △혼합형으로 나뉜다. 차입형은 신탁사가 직접 대출을 받아 사업비를 충당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신탁사 책임이 빌린 돈에 한정되고 공사 지연 시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는다.

관리형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면서 신탁사가 책임지고 사업을 마치는 책임준공형 신탁이 대표적이다. 만약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건설사가 약속한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끝내 준공을 하지 못하면 신탁사는 대주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번에 당국으로부터 경영 개선 명령을 받은 무궁화신탁도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을 많이 벌이며 발목이 잡혔다.

문제는 혼합형이다. PF 대출과 신탁사 자금 조달을 통해 개발 사업에 나서는 사업장인데, 책임준공형 신탁과 달리 손해배상액이 총 위험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당국은 혼합형 사업장의 손해배상액까지 총 위험액에 반영해 NCR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토지신탁이 받을 수 있는 수탁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당국은 자본 규제를 죄는 대신 책임준공형 사업장 소송 리스크는 줄이는 방식으로 숨통을 틔워준다는 복안이다. 당국은 이달 중 토지신탁 모범 규준을 발표해 소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최근 책임준공형 신탁사가 물어야 하는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 대주단과 업계 사이에는 소송이 잇따랐다. 대주단은 빌려준 대출 원금과 이자를 바탕으로 배상을 요구한 반면 신탁사는 연체 이자만 배상할 수 있다고 맞섰다. 당국은 신탁사 손을 들어 책임준공 지연 시 연체 이자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신탁사 부실이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은 작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을 뺀 13개 부동산신탁사 평균 NCR은 537.3%로 규제 수준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라며 "최근 신탁사 대손충당금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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