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대출' 기술금융, 국민은행서 9조원 급감 왜

2024-12-04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은행들이 취급한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1년 만에 14조원 이상 줄면서 힘겹게 지켜오던 170조원대 기록이 깨졌다. 특히 신한은행과 선두를 다투던 KB국민은행에서 9조원가량이 이탈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대출 대상 심사를 강화해 기술금융 업종에 속하지 않은 기업들이 기술신용대출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국이 세부 규정을 마련해 '업종'에 방점을 찍은 탓에 기술 연관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더라도 항목에 해당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대출 대상에서 탈락하고 있다.

'착한 대출'로 불리는 기술신용대출은 기업이 담보 및 매출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있다면 대출 한도나 금리에서 우대를 제공하는 대출이다. 지식재산권(IP) 대출을 포함한 기술금융의 가장 큰 부분으로, 기업의 기술 혁신 전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은행은 기업이 대출을 신청하면 기술보증기금·한국기업데이터·나이스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 평가를 의뢰, 기술신용평가 보고서를 참고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당국은 은행 테크평가에서 신용대출에 대한 배점을 높여 신용대출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0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누적 잔액은 162조205억원으로, 전년 말(171조3110억원)대비 9조2905억원 줄어들었다. 1년 전(176조1085억원)보다는 14조880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은 17개 은행 기술금융 전체 잔액의 절반 이상(약 53%)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10월 말 기준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40조원을 돌파했으며, 하나은행(35조2804억원)과 우리은행(34조5548억원)은 35조원안팎을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9조5450억원, 19조6340억원이었다.

5대 은행은 1년 만에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특히 국민은행의 감소세가 가장 가팔랐다. 국민은행은 내내 신한은행과 선두 경쟁을 벌였으나 지난해 12월 34조원대로 한 달 새 4조원 가까이 준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29조원대로 30조원을 밑돌았다. 작년 10월보다 8조74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신한은행과는 13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1년 새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 5대 은행의 기술금융 누적액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민은행에서는 달라진 기준으로 인한 차주 이탈이 어느 은행보다도 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한국신용정보원의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이 변동되면서 기존 기술금융 소호 차주 중 기술금융 비대상이 증가해 국민은행의 기술금융 차주 및 잔액 감소폭이 타행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며 "특히 기술금융 업종에 속하지 않으나 기술 연관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타 차주의 비중이 대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기술기업의 업종 분류를 중분류에서 세세분류로 구체화, 기술금융 신청 대상을 보다 명확히 했다. 2022년 9월 한차례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당국은 대출 대상 사전선별을 강화, 사전선별을 거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재편 종합지원센터에서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한계기업 여부, 자본잠식 등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따지도록 했다. 당국으로선 자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연달아 깐깐해진 조건은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과 기술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을 대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기술금융이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편 정책인 만큼 '세부항목' 잣대로 인해 도리어 기업들의 접근성이 낮아지지 않도록 기준의 빈틈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정책적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으로선 평가 지역을 확장하거나 기술금융의 한 축인 IP 대출을 확대할 수도 있다. 저성장이 추세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의 약 29%를 차지하는 기술금융은 기업들에게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자체 기술평가 수행 대상 지역을 2023년 수도권에서 2024년에는 전국으로 변경했다"면서 "자체 IP 가치평가 활성화를 위해 기존에는 예상 가치평가금액을 10억원 이내로 제한했으나 올해 9월부터 폐지하며 IP 담보대출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보증서 발행기업, 특히 기술보증기금이 기술금융으로 미취급하고 있는 경우 기술금융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업체 안내 및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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