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코스닥 상장사 미코바이오메드의 M&A(인수합병)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대주주를 예고한 인수 주체는 소규모 홍삼 유통업체로 드러났고, 함께 구주를 사들이겠다는 업체들도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상장폐지 등 한계기업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사내이사 후보에 올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삼 유통 업체의 코스닥 입성 시도
13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코바이오메드의 구주 매각 잔금일이 다음날(14일)로 예정돼 있다. 잔금 규모는 총 126억원으로, 당초 지난달 말에 잔금을 치른다고 밝혔지만 미뤄졌고 인수 주체도 일부 변경됐다.
현재는 미코바이오메드의 기존 대주주인 미코가 한걸음, 리튬코리아, 담당이라는 법인들과 투자조합들을 대상으로 140억원에 1057만여주의 구주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한걸음이라는 업체는 구주 300만주를 40억원 가량에 사들이겠다고 한 상태다. 거래가 성사되면 이 업체는 미코바이오메드 지분 약 6.9%를 확보하며 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걸음은 지난 2020년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주요 인물에 김은희, 장정익, 임근수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이 업체는 홍삼 및 가전제품 등의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걸음 관계자는 "홍삼, 가전제품 등을 유통하는 업체"라며 "직원 수는 4명"이라고 밝혔다. M&A와 관련해서는 "지인이 진행하고 있어서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행방 묘연한 구주 인수 주체
한걸음과 함께 M&A 참여하겠다고 밝힌 법인들의 행방도 묘연하다. 이 중 미코바이오메드 구주 200만주를 약 26억원에 사들이겠다고 예고한 리튬코리아는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려놓은 상태다.
서울시 강남구 소재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영업활동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법인은 지난 2015년 자본금 2억원에 설립됐고, 주요 인물에 오영훈, 이희억 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공유오피스 건물에는 최근 본점 소재지를 변경한 퀀타피아(옛 코드네이처·현재 거래정지)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퀀타피아는 재작년 리튬코리아의 전환사채(CB)를 취득했고, 지난해 조기상환 청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구주 107만여주를 약 14억원에 사들이겠다고 한 담당이라는 법인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다. 담당은 지난 2016년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김민정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씨는 과거 리튬코리아 사내이사로도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김 씨는 지오릿에너지, MIT(현재 거래정지), 화신테크(현재 상장폐지) 등의 상장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담당이 등록한 서울시 강남구 소재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영업활동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해당 건물 관계자는 "지금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며 "계약을 다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여기로 안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이사진의 꺼림칙한 행보
미코바이오메드는 오는 2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준모, 이승철, 소민지 씨 등의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이 중에는 과거 상장폐지 등 한계기업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이승철 씨는 지난 2009년 포네이처(현재 상장폐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업체는 이듬해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고, 상장폐지됐다. 또한 지난 2019년 휴센텍(현재 거래정지)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중요한 신규사업 추진 실패를 이유로 이 씨의 해임 안건을 임시 주총에서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는 해당 안건이 통과되기 전에 사임했다.
그는 최근 엑스큐어 M&A 과정에도 등장했다. 이 씨는 룩스라는 법인의 사내이사에 등재된 상태로, 이 업체는 대광헬스케어로부터 엑스큐어 구주를 사들이겠다고 밝힌 조합의 특별관계자다. 엑스큐어 주가는 대규모 자금 조달 소식 발표 전부터 이상 급등세를 보였고, 시장에서는 퀀타피아 등에서 활동했던 이 모 씨가 M&A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미코바이오메드는 2013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등 10년 넘게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54억원을 기록했고, 순손실은 258억원으로 매출액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47억원, 131억원이다. 상반기 말 기준 결손금은 1448억원에 달한다.
또한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이라는 꼬리표도 달았다. 지난 8월 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공시와 함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가 한 달만에 철회된 탓이다. 이에 거래소로부터 공시위반 제재금 48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미코 관계자는 "지난 M&A는 매수자 측에서 잔금 납입을 하지 않으며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M&A와 관련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