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US여자오픈 우승의 감흥은 사라진 지 오래. 어느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드 마지막 해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이정은6(29·사진)이 반격의 칼날을 간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인자를 거쳐 현재는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정은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잠시 국내로 돌아와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 뒤 미국으로 떠난 이정은은 “올해로 LPGA 투어 시드가 만료된다. 우승을 하든지, 상금 순위를 끌어올리든지 어떤 식으로든 반등이 필요하다. 아직 대회가 많이 남은 만큼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은은 2016년 KLPGA 투어 신인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4승과 함께 대상과 상금왕, 평균타수상을 휩쓸었다. 2018년에도 2승을 보태 상금왕과 평균타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정은은 비거리를 많이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언샷과 숏게임이 워낙 뛰어나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로 이름을 떨쳤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그는 2018년 말 LPGA 투어 Q-시리즈에서 수석 합격한 뒤 이듬해 미국으로 떠났고, 데뷔하자마자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한국인 역대 13번째 신인왕이 됐다.
이후 한국 여자골프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0년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장기인 아이언샷이 흔들리면서 자신감도 줄었다. 지난해에는 20개 대회 중에서 무려 10차례나 컷 탈락하며 홍역을 치렀다.
이정은은 “부진의 원인은 낮은 탄도에 있었다”면서 “미국은 그린이 딱딱해 런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스핀량이 많은 고탄도 타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탄도가 낮다 보니 버디 찬스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쳤다. 그간 팔과 몸이 너무 가깝게 붙어 나오면서 공간이 많지 않았는데, 헤드를 여유 있게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스윙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사실 반등을 위한 이정은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PGA 투어 진출 이후 여러 번 한계를 체감했다. 이때마다 페이드와 드로우 구질 사이에서 몇 차례나 스윙을 고쳐봤고, 숏게임 방법도 손보며 부진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정은은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LPGA 투어 진출을 후회한 적은 없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골프가 지금처럼 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배들에게도 해외 진출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아시안 스윙을 마친 LPGA 투어는 27일 개막하는 포드 챔피언십을 통해 미국 본토 일정을 재개한다. 이정은은 “조급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몇 년 동안 성적이 잘 나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서도 “이렇게 물러설 순 없다. 대회가 많이 남았고 최근 컨디션도 좋은 만큼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