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정신으로 새해를” 미국·유럽에선 ‘술 없는 1월’ 금주 캠페인

2025-01-08

매년 12월 아마존은 고객이 배달 기사에게 5달러 팁을 선물하는 행사를 벌인다. 주문한 제품이 배달된 후 AI 챗봇 알렉사에 ‘기사님께 고맙다고 전해줘(Thank My Driver)’라고 말하면 최초 200만 명까지 5달러 팁을 아마존이 지불하는 식이다. 가장 많은 감사 표현을 받은 7명의 배달 기사에게는 총 5만 달러의 추가 상금과 자선단체 기부금이 주어진다. 2022년 이후 4000만 번 이상의 감사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한다.

맥도날드의 연말연시 캠페인

연말연시는 기업과 개인이 서로 고마움을 전하며 선행을 보이는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맥도날드는 2013년부터 수익금 일부를 환아와 가족에게 기부하는 한정판 메뉴를 판매하는 해피 버거 캠페인으로 한 해의 끝과 시작을 기념한다. 중소업체·스타트업 등이 선행에 동참하고 경매 이벤트, 유기 동물 케어 등 기부 방식과 수혜 대상도 다양해졌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국내외 주요 기업의 연말 성금 쾌척 기사가 이어진다.

미국 성인 15%가 1월 금주 도전

1월은 더 착해지고 의욕도 충만

‘새출발 효과’ 노린 마케팅 활발

노스웨스턴 대학의 리마 투르틸러(Rima Toure-Tillery)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특정 기간의 시작과 끝은 개인과 사회가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기가 증폭되는 시기다. 스스로 나은 사람으로 여기고 싶은데다 남에게도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커져 선한 의지와 행동이 나타난다. 자신에게 높은 기준과 엄격한 원칙을 적용함에 따라 자기 통제력도 강해진다. 또 시작과 끝의 시점에는 궁극적인 목표를 바라보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안에 집중하기보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게 되고 의사결정의 폭도 넓어진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캐서린 밀크먼(Katherine Milkman) 교수가 제시한 새출발 효과(Fresh start effect)와도 연결된다. 새 출발 효과는 일주일, 한 달, 1년 등을 구분하는 불연속적인 시점에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러 개의 챕터로 구성되는 인생의 과정에서 월요일, 월초, 연초, 학기 초와 같은 시작 포인트가 시간을 구분하는 랜드마크가 되어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것이다. 결혼·승진·은퇴 등 개인적인 이벤트도 기억과 경험을 구조화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월요일·1일·새해는 구글 검색 늘어

밀크먼 교수가 8년에 걸쳐 미국의 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매주 월요일, 매월 1일, 새해 초, 그리고 긴 연휴 다음날 ‘다이어트’ 검색이 가장 많고 서서히 줄어들었다. 대학생의 실제 체육관 이용 패턴을 살펴봐도 매년, 매월, 매주, 학기 초에 이용률이 가장 높고 이후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연말이나 명절의 과식 탓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연휴와 방학 효과를 통제해도 결과는 같았다.

다이어트, 금연과 함께 금주는 새해 다짐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맑은 정신으로 첫 한 달을 보내는 ‘술 없는 1월(Dry January)’이란 금주 캠페인이 유명하다. 이 캠페인의 기원은 1942년 소련과 전쟁 중이던 핀란드 정부가 병력 확보를 위해 한 달간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라는 독려 메시지를 전파했던 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던 한 여성의 금주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영국의 비영리기관 알코올 체인지(Alcohol Change UK)가 2013년 공식 캠페인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웰빙 트렌드가 확산하고 숙면, 체중 감량, 간 해독 등 단기 금주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1월 금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23년에는 영국 성인의 10%, 미국 성인의 15%가 1월 금주에 도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알코올 체인지의 조사에 의하면 한 달 금주를 실천한 사람의 75%가 잠을 더 잘 자고, 58%는 체중을 감량하고, 54%는 피부가 좋아졌다고 한다. 20대, 30대 사이에서는 취하지 않는 일상을 지향하며 금주·절주를 실천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했다.

1월은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 브랜드에 시장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하이네켄 0.0은 금주 중에도 사회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제작했다. 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제조업체 럭키 세인트(Lucky Saint)는 지난해 1월 1000만 파운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Lead Me Not into Temptation)”라는 수녀의 기도 광고로도 유명하다. 미국 무알코올 수제 맥주 제조업체 애슬레틱 브루잉(Athletic Brewing)은 금주 과정을 기록하는 앱을 개발했다.

술 회사까지 금주 캠페인 참여

2024년 1월 첫 2주간 미국의 무·저알코올 맥주 판매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일반 맥주, 증류주 판매는 16% 이상 하락했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경우 1월 무·저알코올 맥주와 와인 판매가 각각 15%, 20% 증가한 데 반해 증류주 판매는 40% 줄었다. 불리한 상황이지만 1월은 전통 주류 브랜드가 금주 캠페인에 동참하는 특별 기간이다. 미국의 맥주 브랜드 사무엘 애덤스와 블루문은 임산부 가족에게 금주를 권장하고 1월 무알코올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2월 무료 맥주를 제공하는 행사를 벌인다. 보드카 브랜드 티토스(Tito’s)는 마사 스튜어트가 파스타 소스 만들기, 냄새나는 장화 세탁하기 등 다양한 보드카 활용법을 재치 있게 알려주는 광고를 내보냈다.

전 세계적으로 연말연시는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이어지는 최대 쇼핑 시즌이다. 동시에 더 나은 일상, 바람직한 사회를 목표로 건강하고 선한 행동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파격 할인과 현혹적인 이벤트로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며 금전적 실리를 좇는 데서 나아가 개인과 기업, 공동체가 넓고 긴 안목으로 희망과 다짐을 되새기고 공유하는 새 출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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