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개인이 2021년 6월 설립한 공익재단 브라이언임팩트가 첫해를 제외한 매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소수 특정 언론사에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언론사들은 이른바 대표적 주류언론사로 사회적 영향과 파급력이 막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세청 공시자료 중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명세서에 따르면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는 2023년 운영경비로 A언론사, B언론사 등 네 곳에 총 12억 7천만 원을 지급했다.
직전 해인 2022년도에는 언론사 두 군데에 2억8138만 원을 썼다. 이 두 언론사는 이듬해인 2023년에는 각각 5500만 원에서 3억3000만 원, 2억2638만 원에서 2억2000만 원을 재단으로부터 받았다.
김 창업자 개인과 카카오 그룹은 최근 몇 년 그룹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사법리스크, 갖가지 의혹으로 부정적 여론에 시달려왔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 한 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차례로 상장하며 일반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등 ‘기업 쪼개기’ 구설에 휘말렸고 그 외에도 ‘골목상권 침탈 이슈’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 ‘카카오 먹통 사태’ 등으로 여론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김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됐다가 10월 석방된 후 12월 카카오 주식 10만주(약 41억 원)를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김 창업주는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2022년 5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비상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2021년 설립 당시 재단에 90억 원을 기부금으로 출연했고 이듬해인 2022년 그의 개인회사이자 카카오의 2대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199억2900만 원, 2023년에는 300억176만 원을 출연했다.
재단은 이 기부금을 포함한 사업수익으로 2021년 9억7288만 원, 2022년 183억7471만 원, 2023년 244억 2514만 원을 사업비용(일반관리비 포함)으로 사용했다. 재단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내는 혁신 조직을 지원하는 명목의 ‘임팩트 그라운드’, 사회문제 해결 혁신가를 지원하는 ‘임팩트 펠로우십’, 지역 중증장애인 고용 모델 및 플랫폼 개발 등에 사업비를 지출해왔다.
대기업 창업주의 공익재단 기부는 장려할 일이지만 언론에 거액을 지급하여 개인 및 공익재단 활동 홍보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때문에 브라이언임팩트가 영향력이 막강한 거대 언론사 몇 몇에 거액을 주어 김 창업자와 카카오 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언론 관리용’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익재단이 순수한 사회 환원 기능보다 기업이미지 세탁에 활용됐다는 점이 부각될 소지가 있다.
실제 브라이언임팩트와 계약을 맺은 이들 언론사들은 지난해 7월 재단이 설립 3주년을 맞아 주요 사업 및 프로그램의 성과를 담은 성과보고서를 내자, 이를 기사화 하는 등 적극 띄워주는 모양새다.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김 창업자와 재단 명칭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재단의 주요 활동과 카카오 그룹 및 김 창업자의 사회공헌 활동을 부각하는 긍정적 기사가 다수 발견된다. 재단 측은 단순 홍보비 아닌 “업무용역 계약에 따라 지급된 수수료”라는 입장이다.
20여년 대기업 공익재단에 몸담았던 공익법인 전문가 A씨는 “언론에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그 정도로 거액의 돈을 지급한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기업재단이든 개인재단이든 언론과 사업을 한다 치더라도 한 해에 특정 언론사 몇 군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처음 보는 사례”라고 했다.
A씨는 “과거 기업재단에서 일하며 공익사업을 할 당시에도 언론 홍보 하면서 비용을 지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나중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내부에서도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또 “언론 홍보를 한다 해도 언론사 전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 맞을 텐데 특정 언론사에만 하는 것도 문제”라며 “결국 회사 돈이나 개인 돈을 써야 할 것을 재단은 어차피 개인 것이라고 보고 재단 돈을 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공익법인 회계자료 경험이 풍부한 공인회계사 출신의 B변호사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B변호사는 “저작권 이용료라든가 재단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1천만 원 이상씩 지급한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면서 “언론사들과 공익활동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비용이 크다. 보통 재단에서 그런 거액을 들여 홍보할 요인은 많지 않다”고 했다.
재단 측은 언론에 건넨 지급수수료가 광고비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급수수료를 건넨 모 리서치 회사와 함께 언론사들에 쓴 운영경비의 지급수수료가 광고비로 쓴 것인지 질문하자 “브라이언 펠로우 프로그램의 참여자 만족도 조사, 브라이언 펠로우 활동가 및 임팩트그라운드 혁신조직 후보군 발굴을 위한 지역 활동가 및 조직 취재 및 후보 추천 등의 업무 용역 계약에 따라 지급된 수수료”라고 뭉뚱그려 답했다.
국내 굴지의 언론사들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개인 재단의 공익목적사업을 위해 돈을 받고 취재하고 후보를 추천하는 등의 도움을 줬다는 설명인 셈이다.
공익법인 전문가 A씨는 “공익재단이 언론사 관련 공익목적사업을 하는 경우는 보통 언론인 학술지원이나, 언론인 유학 지원, 언론인 저술 지원 등의 사업으로, 단순히 언론사와 계약을 맺고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본적이 없다”면서 “언론사에 직접적으로 몇 억씩 써야 할 만한 사업이 있을 수가 없다. 계약은 형식이고 실질적인 목적은 언론사 지원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했다.
공익법인은 기부금을 정관에 기재된 공익목적사업에만 쓸 수 있다. 정관에 기재된 목적사업에서 벗어나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증여세나 가산세 등을 물어야 한다. 재단 측은 언론사에 지급한 비용이 복수의 공익목적사업에 쓰였다고 답했지만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브라이언임팩트 정관에 기재된 공익목적사업으로는 ▲미래사회 혁신을 위한 연구사업 및 연구활동 지원사업 ▲미래사회를 위한 혁신가 및 혁신사업을 발굴, 지원 ▲AI 및 기술을 통한 사회문제해결 사업 ▲AI 및 기술,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재양성, 교육사업 ▲인공지능 신뢰성 증진, 역기능 예방, 윤리 증진에 관한 사업 ▲미래사회 일자리 확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원사업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등 소셜임팩트 확산에 기여하는 기업 발굴, 투자 및 지원 ▲미래사회 혁신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사업 지원 ▲기타 법인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이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의결하는 사업이다.
재단 측은 이 같은 공익목적사업 가운데 언론사와 계약해 진행한 목적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브라이언임팩트의 데이터베이스 보완을 위해 현장 방문 리서치 등을 진행한 것으로 특정 하나의 사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운영비로 처리하였다”며 “브라이언 펠로우, 임팩트그라운드 등 사업 진행을 위한 기반 자료로 활용 되었으며 재단 정관 중에서는 ‘미래사회를 위한 혁신가 및 혁신사업을 발굴, 지원’,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 소셜임팩트 확산에 기여하는 기업 발굴, 투자 및 지원’, ‘미래사회 혁신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사업 지원’에 모두 해당된다. 계약서는 작성했다”고 답변했다.
공익법인 전문가 A씨는 이 같은 재단 측 답변에 “언론사에 용역을 준 것인데, 답변이 궁색하다”며 “어느 기업재단이 언론사를 카운터파트로 컨설팅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