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부터 삼성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이적 후 첫 단추를 잘 뀄다.
후라도는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8안타 1홈런 1볼넷 5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첫 경기부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삼성은 13-5로 승리하며 개막전부터 기분 좋게 웃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후라도는 3회까지 매 이닝 타자를 내보냈다. 1회에는 1사 1·2루에서 루벤 카디네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고 2회에는 선두타자 여동욱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그러다 점차 안정감을 찾은 후라도는 4~5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고 6회에도 1사 1·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초반 흔들림이 있었지만 후라도는 노련함으로 이겨냈다.
2023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계약하며 KBO리그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후라도는 첫 해 30경기 11승8패 평균자책 2.6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에이스 노릇을 하며 10승8패 평균자책 3.36을 기록했다.
당연히 재계약 대상이지만 키움이 외인 타자 2명 체제로 가기로 하면서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모두 포기했다. 다수의 팀이 후라도의 영입을 노렸다. 그리고 후라도는 삼성행을 택했다.
후라도는 KBO리그에서 두 시즌의 경험을 쌓은 검증된 투수다.
하지만 비시즌 동안 물음표 역시 적지 않았다. 후라도는 훈련의 강도가 세다고 알려진 삼성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후라도는 전지 훈련 기간 동안 다소 체중이 불어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의도한 ‘벌크업’이 아닌 모습이었기에 더했다.
포수 강민호는 “후라도가 한 시즌을 소화하려면 그정도 체형이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선수단은 믿음을 보냈지만 겉으로 보기에 배가 많이 나온 모습은 다소 의문점을 낳을 법했다.

게다가 후라도는 시범경기 기간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10일 두산전에서는 3.2이닝 5안타 2볼넷 5삼진 3실점했고 두번째 경기인 16일 KIA전에서는 4이닝 10안타 1볼넷 3삼진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더불어 개막전 상대는 운명의 장난처럼 키움이었다. 직전해까지 함께 뛰었던 동료들을 상대해야했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키움 송성문, 이주형은 ‘지난해 함께 뛰었던 헤이수스(KT)와 후라도 중에 누가 더 까다로울 것 같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후라도가 더 만만하다”라고 답했다. 송성문은 “헤이수스가 좌타자에게 강하더라”며 이유를 덧붙였다. 이주형은 “‘라팍’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라도는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신의 피칭을 했다.
삼성은 시즌 전 걱정이 많았다. 기존 외인 에이스 역할을 해야하는 대니 레예스가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으로 이탈했다. 국내 에이스 원태인도 올시즌에는 출발이 조금 느리다. 둘은 3월 말이나 되어야 돌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후라도가 중심을 잘 잡아줘야했다. 다행히 후라도가 호투를 했고 삼성도 좋은 출발을 하면서 계획대로 마운드를 꾸릴 수 있게 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개막전이라 부담이 있었을텐데, 초반엔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곧 페이스 찾았다. 타자들이 도와주자 안정감이 생겼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