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에 평화와 행복 오길"…러∙우크라 출신 5명 뭉친 사연

2025-05-0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 요트대회에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참가한 우크라이나 출신 블라디미르 크리미우크(62)는 “팀원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ㆍ우크라 출신 함께 출전해 2위 기록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팀은 지난달 24~27일 열린 제 20회 부산 슈퍼컵 국제요트대회에 참가해 ORC2(중형 요트) 부문에서 19개 팀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 요트대회는 부산시가 주최, 부산시요트협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올해엔 ORC1(대형 요트)과 ORC2 부문에 10개국 34개 팀 280여명이 참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출신 선수로 구성된 블라디미르 팀은 화제를 모았다. 블라디미르는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 선수 5명과 함께 이 대회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카르파티아 산맥 기슭 시골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나 또한 국적은 러시아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태어나 23살까지 그곳에 살았다. 뱃일을 위해 국적을 취득한 것”이라며 “여전히 어머니와 형제자매가 사는 우크라이나를 고국으로 여긴다”고 했다.

블라디미르는 러시아 어선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1991년부터 부산항을 드나들었고, 15년 전 부산의 한 선박 업체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으며 거처를 부산으로 옮겼다. 본래부터 ‘요트광’이었다는 그는 “이직 제의를 받고 근무 환경 등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했다”며 “부산은 바다와 인접해 요트를 타기 좋은 도시다. 특히 회사에서 ‘요트 대회 출전을 보장해달라’는 내 요청을 인정해줘 이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 쪼개 맞춘 호흡, 좋은 성적 내 기뻐”

블라디미르와 함께 출전한 이들은 선장인 세르게이 쿨레프(47)와 알렉슨드르 자하르첸코(46), 바실리 아누프리(47), 세르게이 사포노프(58), 세멘 데카노프(25) 등 5명이다. 블라디미르는“팀원 모두 부산에서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다”며 “5년 전 요트 대회에서 이들을 만나 친구가 되었고, 팀을 이뤄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타는 요트 이름은 열대 해역에 사는 날렵한 포식성 물고기의 이름을 딴 BARACUDA(바라쿠다)로, 1992년 건조된 부산 선적 선박이다. 요트 대회에 대해 블라디미르는 “선체와 돛, 마스트(돛을 지탱하는 기둥), 엔진 등 요트 자체를 잘 정비하는 게 기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함께 배를 타는 선수들 경험과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참가한 ORC2 부문은 ORC1부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준프로나 동호회 중심이지만, 국제 대회인 만큼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블라디미르는 “팀원들 모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훈련 시간이 아주 빠듯하다. 팀원들이 서로 보조하며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해 좋은 성적을 내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긴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는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한 러시아 팀원과 함께 요트를 탈 예정이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다. 다만 “이번 대회는 러시아팀으로 등록했지만, 요트에 러시아 국기를 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요트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줘 고맙다. 모두의 평화, 그리고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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