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 2025년의 의학드라마, ‘슬전생’은 무엇을 보일 수 있을까

2025-04-20

올해 드라마를 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캐스팅이나 주제에 있어 나름 의미심장한 의학 드라마들이 기간을 두고 여럿 등장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가 있었고,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가 뒤를 이었다.

지난 12일 막을 연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도 이어지면서, 2025년에는 상반기에만 벌써 세 편의 의학드라마가 관심의 한복판에 섰다. 하지만 세 편은 모두 단순한 병원에서의 의료행위가 아닌 병원과 그 병원에 속해있는 의사의 내면을 다루면서 차별점을 만들었다.

특히 ‘중증외상센터’와 ‘하이퍼나이프’를 뜯어보면 그런 점이 더욱 부각됐는데, 과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슬전생)에서도 그런 양상이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1월24일 공개된 ‘중증외상센터’는 실제 의사출신의 작가 한산이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골든 아워’가 원작이다. 현재 모두가 기피하는 외과 특히 중증외상의학과의 전설적인 의사 백강혁(주지훈)이 영웅적인 면모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시련과 편견, 음해를 물리치고 우뚝 서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일종의 영웅 서사, 할리우드로 따지면 ‘히어로물’에 가까운 구조다. 이 작품은 ‘닥터헬기’의 보급이나 해외에서 부상당한 한국인을 수술했다는 점 등에서 이국종 교수를 모티프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거칠 것 없는 백강혁의 활극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기면서도, 병원 안에서 수익을 꾀하는 원장과 기획조정실장, 항문외과장 등의 정치를 보여주는 ‘정치물’이기도 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의료행위의 중요성을 체감하면서도 왜 대한민국에서는 중증외상의학과가 기피되고, 적절한 치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이 작품의 흥행은 이러한 실질적인 고민이 담보됐기에 가능했다.

지난달 19일 시작해 지난 9일 마지막회가 공개된 ‘하이퍼나이프’는 ‘의학물’을 둘러쓴 치정극에 가깝다. 주인공인 정세옥(박은빈)과 최덕희(설경구)는 의료인이라는 설정만 있을 뿐, 일반적인 스승과 제자 또는 왕조시대 왕과 세자라는 위치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은 구도를 보여준다.

세옥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덕희에 대해 복수심을 갖고, 불법수술을 자행하고 사람도 거리낄 것 없이 죽이는 ‘셰도우 닥터’가 돼 있지만, 극을 거듭할수록 그에게는 덕희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내면의 욕망이 들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덕희 역시 세옥에게 자신의 수술을 맡기면서, 그를 미워하지만 그 천재적인 실력에 대해서는 큰 애착이 있음을 보인다.

‘하이퍼나이프’는 의학물을 빙자한 서로를 욕망하고 질투하며, 그만큼 미워했던 두 남녀의 치정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비록 8회에 걸친 짧은 회차로 긴 바람몰이를 할 순 없었지만, 전혀 다른 눈빛으로 면모한 박은빈의 모습과 이를 너끈하게 담아내는 설경구의 모습은 여운을 남겼다.

‘슬전생’은 2020년부터 방송한 tvN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종로율제병원의 산부인과 1년 차 레지던트 네 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전 작품이 99학번 다섯 명의 동기 이른바 ‘99즈’의 이미 완성된 우정과 의술을 다루고 있다면, 이 작품은 1년 차 네 명의 성장하는 우정과 의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웃음을 전하면서 적절한 감동을 버무렸던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나섰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초반 개성이 넘치는 레지던트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상황이 소소한 반전으로 드러나지만 결국 작품의 중심에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의사의 본분이 녹아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초반부터 조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기도 하다. 지난해 일어났던 전공의 파업사태로 편성이 1년 이상 밀리면서 전공의 파업과 의료공백에 민감한 대중의 감성을 설득해야 했고, 1회와 2회에 등장한 레지던트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리고 밤을 새울 정도로 힘든 일정을 보내지만 마치 광고에 나온 것처럼 미모를 유지하는 오이영 선생(고윤정)의 모습이나 소소한 반전을 통한 감동 코드는 이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보였던 패턴이라 기시감을 준다.

결국 ‘슬전생’의 가치는 단순한 의료행위 이상, 그리고 이전 ‘슬기로운 의사생활’과는 다른 어떤 것을 줘야 생길 수 있다. 이제 4회가 끝난 상황이라 속단은 어렵지만, 그러한 성취가 이뤄져야 1년을 기다린 팬들의 기대도 충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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