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중고품 플랫폼, 불공평한 세금 개선 필요

2025-06-25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은 2024년 4,241억 달러에서 연평균 12.85% 성장, 2028년에는 6,85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신성장 산업인 리커머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중고품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을 실행 중이다. 낮아진 세금만큼 해외 플랫폼들은 비즈니스 모델 지속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유럽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빈티드(Vinted)다. 리투아니아 최초 유니콘기업이기도 한 빈티드는 2008년 당시 22세였던 창업자 미트쿠테가 이사 전 옷장 정리를 위해 친구와 함께 자신의 옷 100벌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총 872백만 달러(한화 약 1.2조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 22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56억 9천만 달러(한화 약 2.8조 원)로 평가받고 있다.

빈티드의 성공 요인으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간편한 직거래, AI 기술 기반의 구매와 판매 전 과정 혁신, 전담 배송 빈티드 고(Vinted Go) 서비스를 통한 높은 배송 효율성, 위조 상품 방지를 위한 고급 패션 검증 서비스 도입 등이 꼽힌다. 거시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등 소비 행태 변화가 있다. 그러나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리커머스 플랫폼의 성공 요소로 유럽의 중고품에 대한 세금 정책을 제1순위로 꼽는다.

유럽과 영국은 중고품에 마진세를 적용, 창출된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중고품은 신제품 대비 가격이 낮고 마진이 적기 때문에 신제품과 같은 세금 비율을 적용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 즉, 중고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유럽 정부는 마진세를 적용,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중고품을 판매하도록 장려한다.

또한 부가세를 이미 납부한 제품을 다시 팔 때 전체 금액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내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고 중고품의 가격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 정부는 ‘거래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유럽처럼 전면적인 중고품 마진과세 제도는 아니지만 일본도 중고품에 부가세 의제매입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메루카리, 일본 물품 해외 구매대행 전문 플랫폼 바이이 등은 부가세 의제매입을 통해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반면 한국은 2010년 법 개정을 통해 중고품 전체에 적용하던 부가세의제매입을 중고차에만 축소, 적용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순환경제 촉진을 위해 중고품에 대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조세법학회 서희열 이사장은 “조세특례제한법 108조에 대한 적용을 중고차를 비롯한 일부 품목에만 하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다. 또한 징수당한 부가가치세에 대한 파악이 힘들고, 중복과세문제가 발생하므로 정부차원에서 육성할 당위성이 있는 품목 전반으로 의제매입세액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중고품 전반으로 의제매입세액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 리커머스 산업과 달리 한국의 리커머스는 해외로 수출 중이다. 해외 사용자를 위한 글로벌번장의 지난해 거래액은 2023년 대비 63%, 거래 건수는 46% 증가했다. 역직구 플랫폼 딜리버드코리아의 전체 거래 중 30%는 중고품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역직구 트렌드 키워드의 첫 번째로 한국 중고품이 수출되는 ‘리커머스’를 꼽았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리커머스 플랫폼도 국내 중고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메루카리는 K-pop을 인기 카테고리로 지정, 운영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리커머스 플랫폼 캐로셀 역시 K-Wave를 별도 카테고리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리커머스 자회사 시엔위 또한 K-pop, K-굿즈를 다수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해외 플랫폼들이 국내 중고품을 인기 상품으로 관리, 판매하며 국내 플랫폼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품에 대한 미미한 지원 정책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중고수출협회 유정화 부회장은 "국내 리커머스 플랫폼의 경쟁자는 해외 리커머스 플랫폼이다. 국내 중고품이 해외 플랫폼에서 더 싸게 판매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고품에 대한 부가세 의제매입은 세금 혜택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 시 필수 조건임을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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