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벤처 기업들이 미국 현지 마케팅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관세 문제로 미국 역직구 사업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마케팅 공세를 높여 위기를 타개하려는 전략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사 더파운더즈는 회사의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 관련 미국 소비자 조사를 기획 중이다. 이번 조사는 설문 평가 및 패널 조사 등으로 이뤄지며 미국 소비자의 화장품 수요를 파악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또한 아누아와 경쟁 브랜드의 인지도 및 제품 성능 등을 비교하는 조사도 이뤄진다. 조사 결과는 북미 시장 내 아누아 브랜드의 사업 방향성을 세우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더파운더즈는 사업기획팀장, 영상 마케터, 기업 간 거래(B2B) 영업직군 등 다방면의 경력직을 채용해 아누아 미국 사업 부문을 확충할 예정이다.
아토팜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네오팜은 올해 주요 사업 목표로 미국 H마트 입점 확대를 내걸었다. H마트는 한국 브랜드의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형마트 체인으로 미국 18개 주에 97개 매장이 분포돼 있다. 네오팜은 올해 7월 H마트 60개 점포 매대에 아토팜을 비치하며 미국 오프라인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회사는 H마트 입점 매장 수를 늘리며 미국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뷰티 벤처 기업들이 미국 현지 마케팅에 힘주는 배경엔 역직구 사업 위기감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화장품 역직구 판매액은 1123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판매액인 872억 원보다 28.7% 증가한 금액이다. 미국 시장 역직구 규모가 커지며 중소형 업체들도 혜택을 누렸는데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7일 상호관세를 실시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부터 800달러(약 111만 원) 미만 수입품에 대한 면세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화장품 역직구 특성상 소액 제품 수출이 많아 그동안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이젠 그 이점이 없어진 셈이다.
뷰티 기업 입장에서 한창 성장하는 미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직구 사업의 이점이 없어졌으니 아예 현지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집행해 오프라인 매출의 포석을 두려는 것이다. 아울러 관세 변수와 별개로 미국 내 한국 화장품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업계 내의 전망도 마케팅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 화장품 분석 플랫폼 화해의 지난달 글로벌 웹사이트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33만 4000명으로 6개월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8월에 상호관세 및 소액 수입품 면세 폐지가 확정됐어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 화장품 제조 벤처 기업 관계자는 “소액 수입품에도 관세가 붙은 만큼 역직구 매출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관세 문제에만 매달리기보다 미국 소비자 인지도를 키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