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왜성 복원? 우리 돈 들여 일본이 그토록 원하던 일 해주는 꼴”

2024-10-02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1일 화요 토론은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1987 사무국장이 강사로 나서 ‘학성공원 물길 복원 사업의 문제점’을 주제로 열렸다. 1928년 울산수리조합이 태화강에 제방을 쌓기 전까지 학성공원(울산왜성) 주변 물길은 태화강과 연결돼 있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3월 학성공원 물길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울산왜성 복원 계획이었다.

성 모양이 섬처럼 생겨 도산성(島山城)이라고 불렀던 울산왜성은 임진왜란 때 서생포왜성을 축조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가 1597년 정유재란 때 만들었다. 그해 12월 23일 울산왜성이 거의 완성될 즈음 조선과 명의 연합군이 울산왜성을 포위해 공격했다. 전투는 1598년 1월 4일까지 계속됐다. 조명연합군에 포위된 왜군은 군량이 충분치 않았고 성안에 취수할 우물이 부족했던 데다 큰비까지 내려 동사(凍死)와 아사(餓死)자가 속출했다. 1월 4일 총공세를 가한 조명연합군은 왜군 지원병에 의해 퇴로가 끊길 것을 염려해 포위를 풀고 경주로 철수했다.

명군은 1598년 9월 11일 지금의 MBC 울산방송국이 있는 학성산을 점령했다. 조선군 또한 동래 지역의 왜군을 물리치고 부산과 울산을 연결하는 통로를 차단했다. 조명연합군은 22일부터 25일까지 울산왜성을 다시 공격했지만 이번에도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왜군은 이 전투 이후 성에서 철수했다.

제국주의를 확장해가던 일본에게 울산왜성은 명이라는 대국에 맞서 끝까지 버틴 가토 기요마사의 전설이 깃든 성지였다. 성지 복원을 위해 1893년 일본의 첫 답사단이 울산에 왔다. 1916년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김홍조가 초대 회장을 맡은 울산성지회가 설립되고 1923년 울산성지보존회로 재창립했다. 이들은 성지 답사 책자를 두 차례 발간하고 가토 기요마사의 초상화와 울산왜성 사진, 성 배치 도면을 넣은 엽서를 발행했다.

조선총독부가 1922년 발간한 <울산전사>와 <울산전요도>에는 태화강과 이어지는 울산왜성 지형도와 성 실측도가 담겨 있다. 울산성지보존회가 1929년 펴낸 <울산성지고>에도 태화강과 접해 있는 울산왜성 실측도가 들어 있다. 울산왜성은 1935년 사적 22호로 지정돼 해방 이후에도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가 1997년 해제돼 울산시 문화재자료 7호로 강등됐다. 배문석 국장은 “울산시가 복원하겠다는 학성공원 물길은 일본이 성지 복원을 위해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원하는 것을 울산시가 나서서 거액을 들여 복원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1928년 일제가 울산왜성을 성역화하려는 계획을 내놓자 울산민우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울산민우회는 학성공원에 왜장을 숭상하고 전사한 왜병을 기리는 추모비를 건립하는 계획에 반대했고 초혼제를 지내는 것도 거부했다.

울산민우회의 반대로 일제도 성공하지 못한 울산왜성 복원에 2013년 울산 중구가 나서기 시작했다. 그해 열린 울산왜성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정유재란 최대 격전지인 울산왜성의 성곽을 복원하고 전문 전시관 등을 건립하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2017년에는 정유재란 전투를 재현한다며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세우려다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학성 르네상스의 연장선에 김두겸 시장의 학성공원(울산왜성) 물길 복원 계획이 자리하고 있다.

배문석 국장은 일본 유산을 관광자원화하겠다는 논리는 포항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처럼 친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군산 근대역사박물관과 안동 독립운동기념관, 전남 완도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밀양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 등 항일독립운동을 관광과 연결하는 다크 투어리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울산도 시민단체들이 나서 방어진 하나세 골목길 재생 계획을 막아낸 경험이 있다. 울산 동구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보성학교 전시관을 건립했다. 배문석 국장은 보성학교 학생들이 격문을 뿌려 체포되고 고문당했던 1935년 방어진 적색 비사 사건 같은 울산의 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왜성을 복원해 관광자원화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세운 울산기독교교회협의회(NCC), 울산기독청년협의회(EYC), 울산사회선교실천협의회 표지판과 성남동 뉴코아아울렛 앞 6월 민주항쟁 표지 동판, 울산교육청이 설치한 울산교육 독립운동 현판 등 울산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작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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