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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북미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거시 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지만 B2B 시장은 잠재력이 큰 만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류 사장은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거세지는 관세 정책에 대해 유연 생산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류 사장은 2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디자인·건축 박람회 ‘DCW 2025’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미 B2B 시장의 성장률은 일반 소비자시장(B2C) 성장률보다 훨씬 높다”며 “미국의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B2B 시장에 집중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B2B 가전 시장은 GE·월풀 등이 개척해 수십 년간 독점하다시피 하는 영역으로 후발주자가 성과를 내기는 까다로운 시장으로 통한다. 류 사장은 지난해 B2B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히면서 3년 내 ‘톱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건축업자 대상 영업 조직을 구축하고 배송·설치 인프라까지 보강했다”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B2B 분야에서 64% 성장했고 올해는 그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 사장은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 프리미엄 시장부터 자리를 잡은 뒤 아래(대중적인 시장)로 진입하는 게 LG전자의 일관된 전략”이라며 “30년 뒤를 본다면 당장의 매출보다 브랜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B2B시장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DCW에서 기존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를 재정비한 ‘SKS’ 제품군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세계 각지의 생산 시설을 유연하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류 사장은 “지금 같은 공급망 불안의 시대는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유연 생산 체계가 중요하다”며 “지금도 관세에 대한 플레이북(각본)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유연성 있게 설계와 생산·공급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 사장은 글로벌 가전업계에서 잠재적 인수합병(M&A) 매물로 고려되고 있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 “월풀 전체가 아니라 제품이나 지역별로 분리 매각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보고 있다”며 “원론적인 차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