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엔비디아가 자국의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15일 전격 발표한 배경에는 대미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협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이 관세 등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여러 현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 조사 결과를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무역협상이 아주 잘 진행됐다”고 밝혀 양국 관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에 근접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놔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외신의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압박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4차 무역회담 직전 미국산 아날로그 칩에 대한 반덤핑 조사, 집적회로(IC) 칩 관련 반차별 조사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중국은 또 미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농산물에 대해서도 압박을 이어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5일 “미국 농가들이 무역 갈등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대두를 판매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내놓기도 했다. 양국 간 협상이 길어질수록 미국이 더 불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무역협상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인 트루스소셜에서 “유럽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큰 무역협상이 매우 잘됐다”며 “곧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이 곧 성사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미 의회는 틱톡 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미국 구매자에게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미 의회는 중국 정부가 미국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플랫폼 내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다며 안보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청년층 여론과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매각 시한을 세 차례나 유예했다. 이번 협상에서도 뚜렷한 진전 없이 시한 연장 논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합의 가능성을 언급해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젊은이들이 지켜내고 싶어 했던 ‘특정’ 기업과도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틱톡 매각 문제가 머지않아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대표단과의 회담 뒤 “틱톡 협상의 기본 틀은 이미 마련됐다”며 “민간 기업 간 사안이지만 조건은 합의됐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그는 “시 주석과 금요일(9월19일) 대화(통화)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 시 주석과 통화한다면 양국 관계에서 진전된 신호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성과 없이 형식적인 수준의 소통에 그칠 경우 지금과 같은 답보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