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비디아 반독점법 조사 '불똥' 튈까…삼성·SK 조마조마 [biz-플러스]

2025-09-15

중국이 엔비디아가 자국의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인 ‘H20’ 중국 수출 재개부터 개발 중인 블랙웰 기반 중국 전용 신형 칩셋 발주 여부에 변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최근 예비 조사 결과, 엔비디아는 '중국 반독점법'과 '시장감독관리총국의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지분 인수에 대한 제한 조건부 승인 반독점 심사 결정 공고'를 위반했다"며 "시장감독관리총국은 법에 따라 추가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2019년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회사 멜라녹스 테크놀로지를 69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네트워킹 장비 등을 중단 없이 중국에 공급하는 조건 등을 전제로 중국 당인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태도를 바꿨고 약 10개월 만에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번 반독점법 조사가 AI 가속기 수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조사와 제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행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4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성능을 낮춰 설계한 H20 칩의 수출을 금지했지만, 지난달 태도를 바꿔 수출 재개를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엔비디아의 H20 칩 사용을 제한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리고, 정부 또는 국가 안보 관련 업무에서 H20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반독점법 조사까지 더해지면서 수출량이 이전과 같이 원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H20 재고가 쌓이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유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3(4세대), SK하이닉스의 HBM3E(5세대)를 납품받아 H20에 탑재했다. H20 1장에는 HBM 6개가 실리는데, 전체 HBM 탑재 물량의 90% 이상을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엔비디아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20 재고화에 따라 45억 달러의 손실 처리 비용을 냈다”며 “2분기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80억 달러의 매출을 추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H20 재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국내 기업들의 HBM 매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국내 업계는 H20 수출길이 당장 열리지 않더라도 급작스러운 실적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초부터 H20에 일부 들어가던 HBM3 물량도 대부분 HBM3E로 전환됐는데, HBM3E의 경우 미국 빅테크 시설투자 확대 등의 요인으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은 납품하지 않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올해 물량을 '완판'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이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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