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의 '풍경']멀수록 향기 더욱 맑아

2024-07-26

연(蓮) 만나러 갑니다. 향기 따라갑니다. “도연명(陶淵明)은 유독 은자의 꽃인 국화를 사랑했고/당나라 이래 세상 사람들이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을 매우 사랑했으나/나는 연꽃을 사랑한다. 진흙탕에서 피어났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맑은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고…”.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입니다.

한창이라는 소식 접한 지 언제였던가요, 차일피일 미루다 서대는 마음 자꾸만 헛발 딛습니다. 좋아하는 이 많다더니 흔해졌네요. 예서제서 들려오는 꽃 소식만도 숨 가쁩니다. 우리나라 첫 인공연못 부여 궁남지 연도 좋겠고, 700여 년의 세월을 발아시킨 함안의 ‘아라연꽃’도 좋다지만, 상연지(上蓮池)와 하연지(下蓮池)로 향국(香國)을 둘로 나누었다는 피향정(披香亭)의 연도 빠지지 않겠습니다.

세상 해찰이 길어 늦은 꽃구경입니다. 천 년 전 고운(孤雲)은 아니어도 향기보다 먼저 취합니다. 흔한 것은 귀하지 않은 게 세속의 셈법이라지만 귀하고 고고하네요. 늦게 와 오래 담습니다. 멀리 와 흠씬 젖습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그래요, 오늘은 멀어서 그립고 멀어서 더욱 향기로운 인연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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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향기 #안성덕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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