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에나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괜찮을까?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주사는 건강할 때 맞아야 효과가 가장 높다. 열이 나거나 몸살이 심할 때, 또는 기침·오한 등 급성 증상이 있을 때는 잠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청은 “중등도 이상의 급성질환자는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이는 접종 후 부작용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면역 반응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계획이 있다면, 접종 전 자신의 건강 상태부터 꼭 점검해 보자.

독감 예방접종은 해마다 가을에서 겨울 사이,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에 항체를 만들어 감염과 중증 진행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는 접종 약 2주 뒤부터 보호 효과를 내므로, 유행이 시작되기 전 미리 맞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고위험군(어린이·임신부·65세 이상 등)을 중심으로 조기 접종을 권장하며, 일반 성인에게도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행 전 시기 내 접종을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접종을 미뤄야 할까? 발열이나 심한 몸살, 오한, 근육통 같은 급성 증상이 있으면 면역 반응이 분산돼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미열·통증과 기존 증상이 겹쳐 이상반응 판단이 어려워진다. 이럴 때에는 충분히 회복한 뒤 의료진과 접종 시기를 상의하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중증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접종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일부는 제조 과정에서 계란 배양 방식을 사용해 소량의 계란 단백질(오벌부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과거 독감 백신이나 그 안에 포함된 성분 때문에 아나필락시스(급성 전신 알레르기)를 겪은 적이 있다면 해당 백신은 피해야 한다. 다만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모두 접종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드러기 정도의 경미한 반응만 있었다면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접종이 가능하고, 중증 반응 병력이 있다면 의료진 관찰하에 접종하거나 유정란을 쓰지 않는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임신부의 독감 예방접종은 권장되지만, 시기와 건강 상태에 따라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독감에 감염되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서 폐렴이나 조산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불활성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장하되, 발열이나 급성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증상 회복 후 맞도록 안내한다. 임신 중 형성된 항체는 태아에게 전달돼, 출생 후 약 6개월 동안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 즉, 산모의 접종이 신생아의 첫 면역이 되는 셈이다.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 역시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크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자는 감염 시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유행 전 접종이 권장된다. 다만 항암치료 중이거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등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을 수 있어, 담당 의료진과 접종 시기와 백신 종류를 함께 조율하는 것이 좋다.

접종 후에는 가벼운 통증이나 미열 같은 일시적 이상반응이 흔하다. 주사 부위가 붓거나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1~2일 내 호전된다. 이는 면역 형성이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호흡곤란, 전신 발진, 심한 어지럼증 등 비정상적인 증상이 보이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과거 길랭-바레 증후군(GBS) 병력이 있거나 이전 접종 후 6주 이내 유사 증상이 있었다면, 이번 접종 전에는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접종 직후 15~30분간 의료기관에 머물러 급성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관찰하고, 귀가 후 3일 정도는 체온과 컨디션 변화를 살필 것을 권고한다. 이상반응이 의심될 경우 보건소 또는 관련 누리집을 통해 예방접종 피해 국가보상 제도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인과성이 심의·인정되면 진료비나 보상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독감 예방주사는 ‘빨리 맞는 것’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맞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열이 나거나 몸이 불편한 날엔 하루 이틀 미루는 것이 백신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올가을, 접종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세심히 점검하는 것이 진짜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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