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4일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성을 인정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면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내란 혐의뿐 아니라 외환 혐의와 관련해서도 진상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이날까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재판에 넘긴 피고인은 총 20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처음 재판에 넘긴 데 이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경 관계자 10명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군·경 간부 9명을 지난 2월28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헌재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군·경 투입이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인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나머지 수사도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 출동 지시를 받고 이를 부하들에게 하달한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비선 수사조직인 제2수사단 단장으로 임명될 예정이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 등이 주요 수사대상이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소방청 등에 하달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이들을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되면서 검찰로서는 경호 등 문제에서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피고인을 이미 기소한 혐의로 다시 불러 조사할 수 없지만, 다른 피의자의 참고인 신분으로는 소환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 했으나,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하고 급하게 기소해야 했다.
검찰은 우선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윤 전 대통령을 비상계엄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과 관련해서도 경찰이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다. 김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김 차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윤 전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수사기관이 그간 경호처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던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면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의혹만 무성한 외환 혐의의 실체가 수사를 통해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구속기소 된 퇴역 군인 노상원씨의 수첩에는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 내용이 적혀있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구실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 시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과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를 계속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최근 국회로부터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수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가 드러나면 내란 혐의와 별도로 기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