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12·3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지 122일 만이다. 위헌적 계엄 선포, 국회 봉쇄와 의결 방해,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 체포 지시,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윤석열 세력의 위헌적 행태는 차고 넘쳤고, 온 국민이 그것을 목격했고, 계엄군들이 증언했다. 그럼에도 경고성 계엄이라는 궤변, 윤석열에 의해 ‘계몽된’ 극우세력의 발호, 윤석열과 함께 무너질까 두려운 여당·검찰·관료 세력의 저항으로 심판의 시간은 지연됐다. ‘탄핵심판의 ABC 수준인 기초적인 사건’(이석연 변호사) 선고를 두고 헌법재판소는 111일이나 끌었다. 지난 넉 달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체제가 우리가 믿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하는 이유다.
내란 세력 청산이 우선 과제다.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면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일 뿐이다. 오는 14일 첫 공판이 열리며 형사재판이 본격 진행된다. 내란죄가 끝이 아니다. 검찰은 직권남용 등 윤석열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파면된 윤석열은 더 이상 면책특권을 누릴 수 없다. 대통령경호처가 무력으로 보호할 수도 없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전방위 보강 수사와 추가 기소에 나서야 한다. 비상계엄 명분을 위해 북한과의 국지적 충돌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외환죄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 비상계엄의 트리거로 의심받는 명태균 게이트 진상규명도 필수적이다. 이는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의혹 규명과 연결된다. 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비상계엄 추진 배경과 윤석열 부부 권력형 비리를 전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윤석열·김건희 특검’도 필요하다. 파면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을 지연시켜 정치·경제적 혼란을 장기화한 ‘일등 공신’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한덕수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윤석열 탄핵심판이 불가능한 헌법재판관 6인 체제를 만들려 했다. 헌재는 그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위헌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끝내 거부하며 헌재 판결을 무시했다. 최상목은 마은혁 후보자 임명과 상설특검 추천을 거부했다. 특히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수사권 혼란을 부추겼고, 윤석열 구속 기간 논란을 유발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경호처의 초법적 행태도 수수방관했다. 헌정질서 회복보다는 제 살길이 우선이고, 사회적 책임의식은 전무하고, 법치주의를 비웃는 이들에게 국정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 한덕수와 최상목은 공수처와 경찰에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극우세력에 휘둘리며 내란 주범 윤석열 옹호에 앞장섰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하며 내란에 동조했고,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에 반대표를 던지며 헌정질서 수호를 포기했다.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독주 때문이고 민주당이 내란 세력이란 초현실적 논리를 펴며 윤석열 파면에 반대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고 “헌재를 쓸어버리자”는 선동을 묵인했다. 극우와의 동행을 멈춰야 한다. 2년 후 총선에서 내란 옹호 의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겠지만, 당장 시민들이 위헌적 행태로 일관한 정당을 심판할 수 있는 기회는 조기 대선이다. 민주공화국 체제를 흔드는 반동의 주역이던 국민의힘은 이제 심판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협한 내란 세력 청산에서 중립이나 적당히는 없어야 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게 윤석열 파면이 시작에 불과한 진짜 이유일지 모른다. 대선 이후 정치권은 내란 세력의 뿌리를 뽑는 일과 함께 계엄 사태를 통해 문제를 드러낸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양당의 극단적 대치로 인한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정치가 한국 사회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는 현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윤석열·김건희 의혹을 방치해온 검찰 개혁도 이제는 해내야 한다. 조기 대선에서 유권자의 최우선 선택 기준은 탄핵 이후 더 나은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의지와 비전을 가진 후보와 세력이 누군가에 맞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