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후 AU 교수 “AI 뒤처진 한국, 반도체 등에 특화한 응용 AI에 집중해야”

2025-06-10

2025 경향포럼 특집 인터뷰 ④

‘AI 전환 전문가’ 이관후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AI 생태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응용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스마트 공장·헬스 케어·콘텐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특화한 응용 AI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은 이런 분야에 고품질의 좋은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

이관후 미국 아메리칸대(AU) 코갓경영대학원 교수(57)는 AI 관련한 연구·개발, 정부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2003년부터 AU에 재직 중인 이 교수는 현재 정보기술(IT)·분석학과장, 최근 대학 내 설립된 ‘응용 인공지능 연구소(IAAI)’ 소장직을 겸하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에서 일한 바 있는 그는 국내 사정에도 정통한 해외 학자로 꼽힌다. ‘디지털 전환’에서 ‘AI 전환’으로 연구의 무게 중심을 옮긴 이 교수는 AI 거버넌스(관리), 정보 프라이버시, 스마트 정부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가진 강점을 잘 살린다면 점차 확대될 AI 생태계에서 한국의 공간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 기술 발달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정부의 과도한 개입보다는 가능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와는 지난 4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AU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이 다른 것인가.

“AI는 기존의 디지털 기술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고유한 특징도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 창출되는 직업이 사라지는 직업보다 많다는 게 대부분 연구 결과인데, AI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또 AI는 블랙박스 특성을 가진다. 딥 러닝 기반의 AI는 모델을 설계한 사람도 답이 왜 그런지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면 중요한 결정, 가령 가석방 결정이나 대학 입시, 직원 고용에 AI를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할까. 수용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AI 전환의 관건이다. AI는 변호사·교수·의사·회계사 등 고도의 지식 집중적인 업무뿐 아니라 창의적인 것도 너무 잘하지 않나. 이런 고유한 특성 때문에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AI 전환 중에서도 집중적으로 주목하는 분야가 있나.

“AI 전환에 대한 입장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혁신 지향’으로 경영에 AI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적용해 가치를 창출할지 연구하는 게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 지향’으로 AI를 어떻게 책임 있고 윤리적으로 사용해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연구다. 흔히 둘을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한다. 규제를 많이 하면 혁신이 죽고, 혁신을 강조하다 보면 부작용이 많다는 식으로. 나는 둘이 꼭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둘을 절충해 균형을 맞추는 게 바로 AI 거버넌스로,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균형을 어떻게 찾을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 AI 분야에서 연구부터 한국과 미국의 격차가 꽤 큰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의 격차는 당연히 있다. 원천 기술,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량의 데이터로 훈련된 기계 학습 또는 딥 러닝 모델)에서는 미국이 단연 선두다. 중국이 최근 추격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술 패권, 원천 기술에서는 미국이 앞서고 있다 보면 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굉장히 약하다. 따라잡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 생각해보면, 응용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조금 더 나간다면 한국은 작은 기기에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넣는 ‘타이니 기계 학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AI를 대부분 온라인에 접속해서 쓰지만, 앞으로는 기기에 내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당연히 기능도 한정되고 단순하겠지만 이 분야 역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 AI 정책에서도 미국과 한국 정부의 차이가 있을까.

“당연히 차이가 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다. 많은 법령과 규제가 주 단위에서 많이 진행된다. 연방 단위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느리다. 예를 들어 AI 관련된 규제나 법령은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앞서고, 뉴욕주는 그다음, 연방 정부는 저 뒤에 있다. 또 미국으로서는 ‘규제를 해서 우리에게 좋을 게 뭐가 있겠냐’라는 생각도 있다. 미국 정부는 AI를 미래의 기술 패권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걸 중국에 절대로 뺏길 수 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생각이다. 규제를 많이 하면 아무래도 혁신이 덜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두 번째는 선 규제보다는 규제를 안 해 경제적 손실이 더 커졌을 때 사후 규제한다. 세 번째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업에 최대한 시간과 기회를 준다.”

- 사후 규제와 관련해 규제 적용 여부에 따른 경제적 손실 비용 계산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비용을 계산하는 공식이 있는 건 아니다. 연방 정부에서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FTC에서 봤을 때 규제하지 않은 위험성이 소비자 관점에서 너무 크다면 기업을 규제하고 추진한다. 또 하나는 의회·정책 입안자·싱크탱크 등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본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법안도 발의는 많이 하는데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미 의회의 기본적인 관점은 규제는 작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슈마다 규제를 만들 게 아니라 근본이 되는 하나의 규제를 만들고, 그 규제를 다른 분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 국제적으로 보면, 중국은 ‘혁신 지향’인 것 같고 유럽연합(EU)은 ‘규제 지향’에 가까운 것 같다. 한국은 어떤 쪽을 지향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혁신 지향’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자원이 없고 중국·동남아시아 추격을 받는 한국은 여러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항상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는 한국이 살기 위해서는 혁신과 성장밖에 없는 것 같다. 혁신을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인프라, 제도가 뒷받침되는 것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 좋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공계 의대 쏠림이 있는 현재 상황에서 더 쉽게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한국 정부로서는 혁신을 지향하더라도 자본이나 인재 등 여러 면에서 따라갈 수 없는 고민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다만 한국 정부는 산업 정책을 잘 만든다. 그러나 그게 강점일 수도 있고, 약점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정부가 관심을 두는 건 좋지만, 너무 주도하거나 개입하면 오히려 산업 생태계를 저해할 수도 있다. 또 정부 지원이 반복되다 보면 기업은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도 있다.”

- 이재명 정부(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 대선 후보)의 AI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서 비전, 뼈대를 갖고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AI 분야는 예측이 어렵다. 3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챗GPT를 많이 쓸 거로 생각했나. 못했다. 앞으로 3년 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계획을 짜서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바뀌는 미래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건 정부가 아닌 시장이다. 시장은 ‘돈’이라는 엄청난 유인책이 있어 정부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올해 초 실리콘 밸리에 가서 오픈AI, 구글, 벤처캐피털사 등을 방문했는데 개발자뿐 아니라 인사나 마케팅 같은 경영 전반의 업무 속도가 정말 빨라 놀랐다. ‘월화수목금금금’이던 옛날 한국 기업 못지않았다.”

- 한국은 특정 분야에 특화한 응용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향후 범용 모델의 성능이 고도화하면 특화한 응용 AI가 무용해지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범용 AI의 성능이 좋아지면 틈새시장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범용 AI의 성능이 좋아지면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AI 생태계, 시장도 더 확대될 것이다. 결국 ‘파이’가 더 커져 한국 기업들이 차지할 수 있는 부분 역시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다음으로 한인처럼 국제화돼 있는 민족이 없다. 국제적으로 어울리면서 동시다발적 변화가 이뤄지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흡수하고 배우는 한국인 특유의 강점이 있어 낙관적으로 본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더 발전하지 않았나.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저력으로 한국 기업과 한국 사회가 AI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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