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 창궐·일조량 부족·우박…‘기후재난’ 일상화되는 농촌

2024-09-23

수확앞둔 전남, 벼멸구 피해 작년 290배

올해 축구장 1만400개 면적 ‘농업재해’

전문가 “예측 불가능, 보상 방안 마련”

수확을 앞둔 들판을 ‘벼멸구’가 휩쓸고 있다. 황금색으로 일렁이어야 할 들녘 곳곳에는 하얗게 말라죽은 벼가 늘어나고 있다. 벼멸구는 벼 줄기에 구멍을 뚫고 즙을 빨아 고사시킨다.

전남지역 벼멸구 밀도는 ‘벼 20주당 300마리’를 넘어섰다. 4단계로 분류하는 병해충 예찰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다. 벼멸구 창궐은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는데 올해에는 최근까지도 번식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 재난’으로 농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재해 수준의 병해충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상기온, 일조량 감소, 우박 등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전남도는 23일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도내 벼멸구 피해 면적은 1만9603㏊로 전체 벼 재배면적(14만8000㏊)의 13.3%에 달한다. 지난해 피해면적(675㏊)보다 290배나 많다.

벼멸구 피해는 전국적이다. 국회 진보당 전종덕 의원실이 농촌진흥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전남을 비롯해 전북(1200㏊), 충남(2274㏊), 충북, 경북, 경남에서 벼멸구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월동하지 못하는 벼멸구 창궐은 폭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벼멸구는 통상 7월쯤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된다. 한 세대가 27일 정도를 살며 알을 낳아 번식한다. 최저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져 그동안 국내에서 2세대 정도 번식했다.

하지만 올해는 9월 들어서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3세대까지 번식이 이어져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벼멸구가 계속 번식을 이어갔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전남에서는 이상기후로 올해 정부로부터 농업재해로 인정받은 농작물 피해만 5건이나 된다. 1만5091농가가 축구장 1만4127개에 해당하는 1만87㏊면적에서 피해를 봤다. 복구비로만 211억원이 지급됐다.

지난 2월 일조량 감소와 겨울 폭우로 마늘과 멜론, 딸기 등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2월 평균 일조율(일출에서 일몰까지 지표면에 햇볕에 비친 시간의 비율)은 35%로 지난 30년 평균(57.1%)의 61%에 불과했다. 강수일수는 15.1일로 30년 평균인 7.25일 보다 두 배 길었다.

꽃이 피는 시기인 3월에는 갑작스러운 저온과 고온이 반복됐다. 매실은 냉해를 입었고 무안과 신안의 양파밭은 생육 불량이 발생했다. 5월에는 때아닌 집중호우로 수확을 앞둔 보리와 밀, 귀리 등이 쓰러졌다. 같은 달 우박과 강풍으로 사과와 키위 등도 큰 피해를 입었다.

윤영석 전남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고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로 인해 농업 피해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재해보험 등을 통해 ‘재해성 병충해’ 등도 보상하는 제도 등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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