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계절의 변화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수선화와 벚꽃은 이전보다 일찍 피어나고 있으며, 연무기인 ‘헤이즈(Haze) 시즌’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계절도 등장하고 있다.
뉴욕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계절 변화가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계절과 관련된 공동의 기억과 인식이 지역 사회의 기후 변화 대응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펠리시아 리우 박사는 계절성과 연중 리듬, 즉 전통과 날씨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계절 변화를 인식하는 방식이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을 다르게 인식하면 관광산업의 흐름도 변화할 수 있다.
리우 박사의 논문 "인류세의 계절: 동남아시아 연무기의 정치화" 는 싱가포르 열대지리학 저널 에 게재됐다. 연구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새롭게 등장한 '헤이즈 시즌' 개념을 분석하며, 특정한 계절 개념이 사회의 인식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헤이즈 시즌’이라는 개념은 이탄지대 화재로 발생하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대기 오염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언어적 틀은 단순한 의미론적 변화가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뉴스 미디어, 정부 보고서, 기업 및 NGO 문서 등을 분석해 ‘헤이즈 시즌’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개념이 세 가지 주요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됐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교와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리우 박사는 연구를 통해 ‘헤이즈 시즌’에 대한 세 가지 주요 해석을 도출했다.
1. 연무 시즌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2. 결국 지나갈 것이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
3. 연무 시즌이 ‘정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러한 해석 방식은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정부가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대응을 미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계절 개념이 환경 문제와 맞물려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떤 사건을 계절적 변화로 규정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라며, "한편으로는 사회적 대비 태세를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문제를 정상화시키고 대응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우 박사는 이 연구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요크셔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계절 변화를 체감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계절이 바뀌면 농사, 사냥, 여가 활동 등 생활 방식 전반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리우 박사는 "계절이 불규칙해지면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면서 습한 날씨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연구는 기후 변화의 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문화적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계절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미래 환경 정책과 사회 대응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