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강우량을 조절하려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이 국경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FP 등의 보도에 따르면 날씨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각국은 수십 년 동안 구름을 인위적으로 변형해 특정 지역에 비나 눈을 내리게 해왔다. 1940년대에 개발된 ‘구름 씨앗 뿌리기(Cloud Seeding)’ 기술은 항공기를 이용해 구름에 미세한 입자를 주입함으로써 강수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기술은 가뭄 완화, 산불 진압, 공항 안개 해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은 경기장에 비가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러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적절히 감독할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기상학회는 구름 씨앗 뿌리기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해당 기술이 국경을 넘어 정치적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파리 군사학교(IRSEM)의 연구원 마린 드 굴리엘모 베버는 최근 연구에서 한 국가가 이웃 국가의 날씨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가뭄 등 기후 문제의 원인을 상대국의 기후 조작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8년 ‘스카이 리버(Sky River)’ 프로젝트를 도입해 티베트 고원에서 강우량을 조절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는 중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지만, 인도를 비롯한 하류 국가들의 수자원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름 도난(Cloud Theft)’이라는 개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2018년, 한 이란 장군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비구름을 훔쳐 가뭄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 조작에 대한 음모론이 잘못된 정보와 결합할 경우 국제적인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름 씨앗 뿌리기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 엇갈리고 있다. 2019년 세계기상기구(WMO) 연구에 따르면, 해당 기술이 강수량을 평균 0~2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지역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기후 적응 전문가 로라 쿨 교수는 2022년 논문에서 구름 씨앗 뿌리기가 기후 문제 해결책이라기보다 오히려 기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이 날씨를 조작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물 공급이 줄어드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전쟁에서도 기후 조작 기술이 활용된 사례가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포피 작전(Operation Popeye)’을 통해 비를 증가시켜 적군의 이동을 방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1976년 유엔은 기후 조작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금지하는 협약을 채택했지만, 모든 국가가 이 협약에 서명한 것은 아니다.
기후 변화가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구름 씨앗 뿌리기와 같은 기후 조작 기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기후 조작 기술의 오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기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감시 및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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