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지불하는 '지참금' 규모가 크게 불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결혼 장려를 위해 고액 지참금 단속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한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에서 결혼은 돈벌이가 될 수 있다"며 신부 값을 둘러싼 이같은 현실을 보도했다. 신부 값은 중국에서 '차이리(彩禮)', 대만에서는 '핑진(聘金)'으로 불리는 중화권의 오랜 결혼 풍습이다. 딸을 데려가는 대가로 신랑 측에서 신부 측 가족에게 주는 일종의 지참금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광둥성의 한 여성이 SNS를 통해 "38만 위안(약 7200만 원)은 신부 값으로 과한가?"고 묻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인생은 당신의 것이니 적어도 88만 8800위안(약 1억 7000만 원)을 요구하라"는 등 더 높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이후 출산율 증가를 위한 결혼 장려책으로 신부 값 절감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제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쑤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한선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그 상한선조차 5만~8만 위안에 달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신부 값 상승세는 중국의 성비 불균형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여아 기피가 심화하면서 오는 2027년에는 결혼 적령기 남성 119명당 여성 100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반면 여성들은 신부 값을 이혼에 대한 '안전망'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이혼율과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결혼을 결정하는 여성들이 택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한 중국 남성이 약혼자에게 10만 위안을 선물한 뒤 강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중국인들이 현실적으로 신부 값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돈이 모든 것의 기초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여성은 상대방이 돈을 주지 않는 것을 문제삼기도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