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랑 프렉스 네슬레 최고경영자(CEO)가 직속 부하와 몰래 연애하다가 해임된 사건을 계기로 내부고발 등을 처리하는 소위 ‘비위 신고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 신고에 기반한 ‘GRC 관리’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180억 달러(25조 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GRC는 '거버넌스, 리스크 및 준법감시'(Governance, Risk and Compliance)'의 약어다.
WSJ에 따르면 기업들은 주로 내벡스(Navex), 스피크업(SpeakUp), EQS 등 외부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긴다. 이 중 네슬레의 비위신고 핫라인 업무를 지원하는 스피크업이 지난해 처리한 네슬레와 납품 업체들 관련 신고는 3218건에 달했다. 네슬레는 이 중 20%가 사실로 확인돼 119명이 직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네슬레에서 스피크업을 통해 들어온 신고 대부분은 세계 각지에 있는 지역 사무소에서 처리된다. 다만 민감한 사안으로 판단되거나 집행이사회 멤버와 관련된 사안이면 CEO가 직접 처리할 수도 있다. 프렉스 CEO에 대해 접수된 신고는 파울 불케 이사회 의장과 또 다른 비집행 이사가 처리했다.
앞서 미국은 2002년에, 유럽은 2019년에 상장사들의 비위신고 핫라인 운영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각각 통과시켰다. 인사관리(HR) 소프트웨어 개발사 'HR 어큐어티'에 따르면 임직원이 1000명 이상인 미국 기업들 중 90% 이상이 임직원 전용 신고 핫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HR 어큐어티가 실시한 올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핫라인 운영 분야의 최대 기업은 내벡스로 시장 점유율은 50%가량, 기업 고객 수는 1만 3000개에 달한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겸 CEO 워런 버핏도 2017년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핫라인 예찬’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수십 개의 자회사들에서 발생하는 비위에 관한 정보를 주로 핫라인을 통해 입수한다고 소개하면서 연간 신고 건수 약 4000건 중 ‘옆자리 사람 입냄새가 심하다’는 식의 어이없는 내용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심각한 내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
버핏은 “우리가 모회사(버크셔 해서웨이)에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관행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올바른 문화를 확립하면 1000쪽짜리 가이드북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