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삶, 남들 같은 행복

2025-01-14

“좋아하지도 않는 이성한테 번번이 차이는 기분이야.”

하고 싶은 일 대신 남들이 하는 대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의 한탄이다. 대학 시절 『밤비노!』란 만화책에서 보고 깊이 공감한 대사다. 이 대사가 올초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사진)을 보며 새삼 떠올랐다.

삶에서 진짜 원하는 걸 선택하지 못하는 순간은 부지기수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60대 세일즈맨 윌리 로먼도 큰아들이 9살 때, 남들 같은 행복을 꿈꾸며 구매한 주택 융자에 25년치 삶을 저당 잡힌다. 월급뿐 아니다. 어쩌면 윌리에겐 큰형처럼 알래스카에 가 사업에 성공했을지도 모를 세월, 도시의 부적응자로 자란 큰아들이 모험심을 펼쳤을지도 모를 시간이다.

못 이룬 가능성에 대한 미련은 윌리를 장악한다. 쪼들리는 그를 위해 친구가 괜찮은 일자리를 제안하는 중에도 윌리는 동문서답을 한다. 자신의 삶이 아직 괜찮게 보였던, 갈림길에 섰던 과거의 그 순간을 머릿속에서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는 탓이다. 애초에 이런 삶을 자신이 원했던가.

1949년 이 연극을 브로드웨이 초연하며 퓰리처·토니상을 휩쓴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는 몇 해 전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세일즈맨 삼촌에게서 이 작품을 착안했다. 오랜만에 만난 삼촌은 안부 인사도 아닌 이 말부터 했다. “버디도 아주 잘하고 있단다.” 버디는 삼촌의 아들이었다. 어릴 적 밀러를 곧잘 무시했던 삼촌의 머릿속은 온통, 잘 나가는 조카 앞에서, 대공황 직격탄을 맞은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아들 체면을 세우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이다. 얼마 뒤 삼촌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세상과 비교 속에 살다 보면 남는 건 허무다. 만물이 태동하는 새해, 작지만 나한테 소중한 걸 찾는 한 해를 다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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