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정당국이 농지제도 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제도 개편 열쇠를 쥔 국회에선 야당 중심으로 정부가 국회보다 앞서 나간다며 ‘과속’ ‘일방통행’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회 협조를 구하지 못한다면 농지제도 개편 구상은 말 그대로 구상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제도 개편 의지와 구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올초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 대놓고 농지규제 완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이런 의지는 ‘농지제도 개혁방안(안)’으로 만들어져 국회에 전달되기도 했다. 여기엔 농지 소유·임대차·이용·전용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도 손질 구상이 담겼다.(본지 2월19일자 1·3면 보도)
2월말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촌소멸 대응전략 추진 상황 및 향후계획’에서도 농지제도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농식품부는 소멸이 우려되는 농촌지역에 ‘농촌자율규제혁신지구’를 지정해 농지 소유와 임대차 규제를 크게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지구에선 농지전용 권한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위임하겠다고 했다.(본지 2월28일자 1·3면 보도)
문제는 이런 구상 대부분이 ‘농지법’ 등 법 개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국회, 특히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구상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야당에서도 농지제도 개선 필요성은 공감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국회 들어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 이들 법안 대부분은 농지규제를 풀자는 내용이다. 농촌 현장의 다양한 요구가 여러 의원을 통해 법안으로 성안된 결과다.
그럼에도 야당 한편에서 ‘신중론’이 제기되는 건 농지제도 개편에 앞서 농지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농식품부의 ‘농지제도 개혁방안’을 두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지를 얼마나 보전할지,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향후 농업계 의견 수렴은 어떻게 할지 등의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지금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현장 민원을 전부 수용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 구상이 한쪽으로 치우쳐 농지보전은 소홀히 한다는 점도 야당 공격의 빌미가 된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지자체에 농지전용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은 농지 투기와 같은 부작용이 나올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 탄핵 심판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만큼, 정부가 농지제도 개편이라는 중차대한 일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향후 국회에서 ‘농지법’ 심사가 본격화하면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2월27일 농해수위는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 20건의 ‘농지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했고, 본격적인 심사는 다음 소위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농지제도 개편 필요성엔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정부가 물밑에서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