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둔 남편, PC방 차렸다…‘괴짜 IT 재벌’ 아내가 겪은 일

2025-09-09

지난 5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입구에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창업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등 유명 기업인이 보낸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이날 이곳에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팬오션 투자기획팀 책임의 결혼식이 열렸다.

1992년생인 김 책임은 미국 에모리대 경영학과를 나와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하림지주 등에서 근무했다. 신부는 JKL파트너스 동료로 만나 연애 결혼했다고 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가족과 친지,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소규모로 예식을 치렀다”고 말했다.

철통 보안 속 호텔서 스몰 웨딩

포브스코리아가 지난 5월 발표한 ‘2025 대한민국 50대 부자’ 리스트를 살펴보면 기업을 물려받은 상속 부자가 26명(52%), 자수성가한 창업 부자는 24명(48%)으로 비율이 서로 비슷하다. 김홍국 회장은 초등학교 때 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우면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육계에서 시작한 하림은 축산(팜스코·선진), 홈쇼핑(NS홈쇼핑), 해운(팬오션)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면서 자산 19조원, 재계 30위로 급성장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창업가가 배출돼 자연스런 결과로 보일 수 있지만 20년 전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005년, 2015년 같은 조사 결과에서 창업 부자는 각각 8명(16%), 14명(28%)에 그쳤다. 20년 만에 자수성가형 부자 비율이 세 배로 늘어날 만큼 ‘부자 지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중앙플러스가 이번 주 자수성가 부자들, 그중에서도 ‘IT 창업’ 시대를 연 신흥 재벌에 주목하는 이유다.

2005년 창업 부자 중 20년이 지난 올해에도 50대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인은 단 두 명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6위, 5000억→31위, 1조3600억원)다.

그는 1967년 서울에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운 집안에 태어났다. 빚쟁이에 쫓겨 집에 들어오지 못하던 아버지는 아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고,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택시 사업으로 재기했다.

여기에 비하면 동갑내기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금수저에 가깝다. 그의 부친은 그때나 지금이나 재계 랭킹 1위 삼성그룹 임원이었다. 이 의장의 아버지 이시용씨는 삼성생명 부사장과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 사장 등을 지낸 원로 보험인이다.

기숙사 룸메이트에서 사업 라이벌로

김택진 대표와 이해진 의장은 각각 서른 살(1997년), 서른 두 살(99년) 되던 해 창업했다. 그리고 그들이 세운 회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업체, 온라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사람 말고도 1967년 전후에 태어난 걸출한 기업가가 여럿이다. 전남 담양에서 농부의 아들로 자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66년생), 김교창 변호사와 서울대 음대 출신 이연자씨 사이에서 태어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68년생)가 대표적이다.

이들 ‘IT 4인방’은 대학과 대학원, 직장, 경영 일선에서 동지 혹은 경쟁자로 마주한다. 가령 이해진 의장과 고 김정주 창업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이자, KAIST 대학원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이 의장은 김범수 창업자와는 삼성SDS 입사 동기(92년)다. 이렇게 서로 얽히고설킨 인연 속에서 각자의 길을 걷는 와중에 든든한 동반자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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