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명과학 분야 연구개발(R&D) 경쟁력과 투자 환경이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R&D 경쟁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0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영국이 최근 발표한 생명과학 경쟁력지수(LSCIs)에서 한국은 각 분야별로 대부분 10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명과학 경쟁력지수는 영국 생명과학국(OLS)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자국 내 시장, 생산환경, 국제협력, 투자환경, 인재양성 등 6개 부문의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다.
연구환경 부문에서 한국의 의학 논문 피인용 점유율은 3.1%로 전체 10위에 머물렀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인도(7위)보다도 뒤처진 순위다. 의학 논문 피인용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중국의 급성장이다. 미국은 2011년 43.6%에서 지난해 31.6%로 하락 추세인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6.2%에서 24%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기존 2위이던 영국은 2017년부터 중국에 밀려나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며 “향후 중국의 연구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 R&D 예산 비중에서 양호한 순위를 기록했다. GDP 대비 정부 보건의료 R&D 예산 비중은 1위인 미국(0.18%)에 이어 영국(0.13%)과 한국(0.11%)이 2위와 3위에 올랐다. 특히 이 수치는 2020년 이후 모든 조사 대상국에서 하락하고 있으나 한국만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국은 GDP 대비 민간 R&D 예산 비중에서도 2위, 고등교육기관 R&D 예산 비중에서도 5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국제협력 부문에서 한국의 경쟁력도 저조했다. 의약품 원료, 의약기술, 의약품 등 교역 규모를 확대해 기술혁신과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한국의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 규모는 87억 파운드(약 15조 4131억 원)로 주요국 중 14위를 차지했다. 1위인 독일의 수출액 1063억 파운드(약 188조 2350억 원)과 비교해 약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지난해 의약품 수입액 규모는 141억 파운드(약 24조 9679억 원)였다.
한국의 생명과학 분야 투자 환경은 2021년 이후 점차 악화하는 추세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19년 1억 5000만 파운드(약 2657억 원)에서 2020년 5억 8000만 파운드(약 1조 273억 원)로 급증한 뒤 계속 감소해 지난해는 1억 9200만 파운드(약 3400억 원)로 12위를 기록했다. 생명과학 기업 기업공개(IPO) 규모는 9200만 파운드(약 1629억 원), 주식발행자본 조달 규모는 22억 8600만 파운드(약 4조 483억 원)로 각각 6위에 올랐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한국의 FDI와 IPO 규모는 2021년 급증한 뒤 계속 급감 중”이라며 “규제 완화나 투자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