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3배 뛰었다?…‘조급증’ 부추기는 주간통계

2025-02-22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일주일째인 지난 20일 강남구·송파구의 집값이 급등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날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자료를 보면 송파구 집값 상승률은 2월 둘째 주 0.14%에서 셋째 주 0.36%로, 강남구는 0.08%에서 0.27%로 올랐다.

해제된 구역 상당수가 강남구·송파구에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의문은 남는다. ‘집값’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조사 기간(2월 11~17일) 동안 강남구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14건, 송파구는 22건에 그쳤다. 두 자치구의 아파트가 각각 10만 가구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된 비율은 0.0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통계에 실거래가가 아니라 집주인이 제시한 ‘호가’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주식과 달리 아파트는 주간 단위로 조사할 만큼 빈번하게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잦은 발표가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번 사면 10년인데…‘호별 실거래가’ 조사 가능할까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단위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시작한 것은 2012년 5월이다. 그 이전까지 이 통계를 생산한 것은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현업 공인중개사들에게 해당 단지 대표 평형의 ‘거래 가능 가격’을 입력하게 한 뒤 이를 지수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거래 가능 가격을 공인중개사가 직접 입력하는 만큼 시세가 아닌 호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빠르게 올리지만 하락기에는 호가를 천천히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호가를 반영한 가격이 매주 발표되면서 시장이 과열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민간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며 국가승인통계 작성 기관을 국민은행에서 한국부동산원으로 변경했다. 전문성을 가진 조사관이 단지 전체가 아닌 ‘개별 호 단위의 실거래가’ 사례를 직접 조사해 가격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조사 기간 내에 파악할 수 있는 표본 주택의 실거래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1978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소유권 이전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매도자들의 평균 주택 보유기간은 11.4년으로 집계됐다. 주택 가격이 뛰면서 평균 보유기간도 2000~2004년 8.1년에서 2020년 이후 19.1년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유 기간이 길다 보니 손바뀜도 드물었다. 월간 매매건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03년 4월(69건)이었지만 전체 세대수(4424가구) 대비 1.5%에 불과했다. 매매건수가 한 건도 없는 주도 2022년 21주, 2021년 22주, 2022년 26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거래가 가장 빈번했던 아파트도 45년간 8번 거래되는 데 그쳤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은마아파트조차 단지의 월 평균 거래 회전율이 1% 미만인 상황”이라며 “호별 주택가격 변화를 주간·월간 단위로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표본 주택의 실거래 내역이 없더라도 ‘거래 가능 가격’을 산출할 수 있다고 본다. 전문성을 가진 조사원이 비슷한 조건의 인근 주택 실거래가 체결 내역, 호가 등을 다양하게 참고해 조사 가격을 입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본이 어느 단지의 몇 동, 몇 호인지뿐 아니라 조사원이 거래 가격을 산출하는 산식도 비공개다. 조사원 주관이 개입되는 것은 물론, 주택 정책을 펴는 정부 입김으로부터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주택 가격 통계가 정쟁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125차례에 걸쳐 주택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부 장관을 재판에 넘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신뢰성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표본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9년 8008호였던 표본 수는 2020년 9400호, 2021년 3만2000호, 2023년 3만2900호, 지난해 3만3500호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관련 예산도 늘고 있다. 주간 동향을 포함한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편성된 국토부 예산은 2021년 127억원에서 2022년 119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통계조작 논란 제기 후 예산을 2023년 137억원, 지난해 144억원으로 늘렸다.

시민단체는 주간 통계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다. 주식과 달리 아파트는 일주일 단위로 주간 동향을 발표할 정도로 매매가 활발한 재화가 아니며 실거래가도 호가도 아닌 자의적 가격이 매주 발표되면서 시장에 혼선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조사가격을 기반으로 가격지수를 작성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조사를 실시할 경우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굳이 주간 단위로 통계를 발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정확도가 떨어지고 예산만 낭비하는 주간 통계는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처럼 주간 단위로 집값 통계를 발표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통계인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S&P CoreLogic Case-Shiller Home Price Index)’는 월 단위로 발표된다. 영국의 ‘전국주택가격지표(Nationwide House Price Index)’ 역시 월 단위다.

이들 국가는 주택 시장이 단기간에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일정 기간 데이터를 축적한 후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간 동향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정책적 효용은 있다고 설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간 단위로 시세가 발표되다보니 정책 효과를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통계 신뢰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국토부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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