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語 글월 文] 사람의 기일은 ‘주기’…특별한 사건 땐 ‘주년’을

2025-05-01

이번 호는 짤막한 퀴즈로 시작한다. 한번 풀어보시길.

1. 시인 윤동주의 1) 80주기를 2) 서거 80주기를 추모해….

2. 작곡가 포레의 1)100주년을 2)서거 100주년을 맞아….

3.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 3년을 2) 3주년을 앞두고….

주기(週忌/周忌)는 ‘돌아오는 기일(忌日·제삿날)’이라는 뜻이다. 해마다 기일이 돌아오는 횟수를 말한다. 반면 주년(週年/周年)은 ‘돌아오는 해’라는 뜻으로 해마다 특정한 시기가 돌아오는 횟수를 말한다. 그러니 ‘주기’ 앞에는 고인이 된 사람이, ‘주년’ 앞에는 특별한 사건이 온다.

10년 전, 국립국어원은 “세월호 1주년이 맞는 표현인가요? 1주기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한 누리꾼의 질문에 “‘세월호 참사 사건’을 의미하므로 ‘세월호 1주년’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이 ‘주년’은 좋은 일에, ‘주기’는 슬픈 일에 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잡았다.

따라서 1번 답은 ①이다. ‘서거’를 앞에 쓸 이유가 없다. 2번 답은 ②다. 그냥 ‘100주년’이라고 하면 탄생인지 서거인지 알 수 없다. 3번은 ①과 ② 둘 다 맞다. ‘3년’은 경과된 시간에 중점을 둔 표현, ‘3주년’은 특정한 시기의 도래를 강조하는 표현이라 보면 되겠다.

‘반증’과 ‘방증’도 자주 헷갈리는 말이다. 반증(反證)은 말 그대로 ‘반대 증거’인데, 더 들어가면 두 갈래로 나뉜다. “그 주장을 뒤집을 반증을 찾기 어렵다”처럼 ‘대치되는 증거’를 가리키기도 하고, “툭하면 소통을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소통이 안된다는 반증이다”처럼 ‘역설적인 증거’를 가리키기도 한다. 방증(傍證)은 어떤 사실의 입증을 돕는 ‘간접 증거’다. 방귀 냄새가 독한 것은 속이 불편하다는 방증일 수 있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거짓말을 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상황이 복잡할 때도 있다. 식당 앞의 긴 줄은 대개는 그곳이 맛집이라는 ‘방증’이지만, 그 식당이 무료급식소라면 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손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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