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강화... 저축은행들 고객 잃나
금감원 중소형 저축은행도 검사 실시
안국, 내부통제 실패·라온 매각 불발으로 미래 불투명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 대출 목표를 강화하면서 저축은행이 올해 더욱 심한 경영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거세지는 압박 속에서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 등은 이런 저런 사고와 매각 불발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당국, 중·저신용 대출 강화로 저축은행 고객 잃나... 관계자 “두고 봐야”
지난 2월 정부는 민간 금융사의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이 신규로 취급하는 대출의 30%는 신용평점이 하위 50%이하인 차주에게 할당하도록 중·저신용 대출 목표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평균잔액 기준으로 30% 이상 달성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인터넷은행이 새로 취급하는 여신의 비율도 30% 이상을 맞춰야 한다.
저축은행은 대출 부문에서 중·저신용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만큼,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늘면 일정 규모 이상 고객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큰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우리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말은 수년 전 부터 나왔지만 아직까지 경쟁이 과열돼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라며 “고객이 저축은행에서 인터넷은행으로 이탈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일단은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국이나 라온과 같은 중소형 저축은행은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규모가 작아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파 때문에 힘든 상황이다” 라며 “건전성 악화로 여수신 규모를 축소해 서민 고객이 이미 줄어든 상태인데 여기서 더 줄면 당연히 더 곤란해질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금감원 중소형 저축은행 검사 실시로 압박 높은데.. 안국 ‘금감원 중징계’·라온 ‘매각 불투명’
금융감독원은 3일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2025년 상반기 중 저축은행의 PF 여신 프로세스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하기 위해 공동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과거 금감원·예보의 공동검사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실시해 왔으나 앞으로는 저축은행 업권의 실질 리스크를 감안해 규모와 상관 없이 주요 취약부문에 대해 합동 테마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저축은행, 특히 안국·라온저축은행의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6년만에 처음으로 적기시정조치 중 하나인 경영개선권고를 해당 두 저축은행에 내렸다.
26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안국저축은행이 19.4%로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라온저축은행 연체율도 15.8%로 업계 평균인 8.7%를 훨씬 웃돌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안국, 라온 순서로 각각 24.8%, 16.3%로 평균치 11.2%보다 높다.
안국저축은행은 당시 "3분기 19%를 넘었던 연체율이 4분기 들어 9%대로 10%p나 줄었다"며 "내년 1분기 안에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안국저축은행은 2023년부터 약 200억원의 증자를 단행했고, 약 500억원의 부실채권도 정리했다. 다만 ‘회복세’였던 안국저축은행에 금감원이 중징계를 내리면서 향후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4일 금감원 제재 공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안국저축은행에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적어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안국저축은행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임원 3인의 급여 인상분을 각출해서 매월 조성한 돈 500만~1000만원을 상근 임원인 A씨에게 지급했고 이를 통해 A씨는 이 기간 총 5억825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 또 지난 2023년 10월부터 작년 4월까지 A씨에게 이사직을 부여해 급여 3952만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C씨에게 사적 금전을 대여하고, 직원 명의 계좌를 통해서 입출금했다. A씨는 C씨의 안국저축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A씨의 계좌에서 1억5천만원을 C씨에게 지급해, 대출을 상환하게 했다. C씨는 B씨 명의의 계좌를 통해서 이자를 포함한 돈 1억9200만원을 갑에게 갚았다.
A씨는 또한 지난 2023년 3월부터 작년 4월까지 모 회사의 이사로 종사해 금융회사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했다.
사실상 안국저축은행 내부통제 실패라는 말이 나오면서 올해 안국저축은행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안국저축은행에게 ‘경영유의’ 조치를 부과했다. 경영유의는 금감원 검사 결과 경영상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제재로, 통보 6개월 이내에 개선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검사 결과 안국저축은행은 6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의 경우 3개월 단위로 공매해야 한다는 ‘부동산 PF 대출 취급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연체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거나 공매가 취소·중단된 이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공매 또는 재공매 등의 법적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고 그나마 공매로 내놓은 PF 사업장은 최저 입찰가를 대출 원금보다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안국저축은행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라온저축은행도 부실채권 정리 및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베셀은 라온저축은행 대주주 지분 60%를 약 69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인수를 위해서는 금융위에 적격성 심사를 신청해야 하는데,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베셀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인수 공시 후 지난 9일까지도 금융위에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인수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라온의 ‘새 주인맞이’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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