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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戰) 종전 기대감이 연일 커지고 있지만 국내 러시아 펀드 환매 재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는 러시아의 대외국인투자 제재 조치 해제가 선행돼야 환매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기약 없는 기다림에 투자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KB·신한·한화·키움투자자산운용 등 러시아 펀드를 판매한 자산운용사 중 환매 재개를 논의하고 있는 운용사는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22년 전쟁이 발발한 뒤 러시아가 외국인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자 운용사들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러시아 펀드 신규 설정 및 환매를 중단했다. 당시 러시아 관련 펀드 규모는 1600억 원 정도였다.
기약 없는 환매 재개에도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은 3년 전 대비 고공 행진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 펀드와 신한러시아펀드의 3년 수익률은 각각 97.80%, 122.16%를 기록했다. 러시아를 포함해 폴란드·그리스 등 신흥 유럽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KB이머징 유럽 A’의 3년 수익률도 99.37%로 나타났다.
운용사들은 러시아의 외국인투자 제재 조치에 변화가 없어서 아직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의 문제가 해소되면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자금 수탁을 담당하는 해외 은행들의 거래가 아직 막혀 있어 자금을 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상장폐지 된 국내 유일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는 상장폐지의 효력 발생도 아직 기약이 없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러시아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러시아 관련 지수인 ‘iShares MSCI Russia ETF(ERUS)’를 기초지수로 삼는 상품이다. 전쟁 발발 이후 MSCI가 지수 산출을 중단하면서 2023년 3월 2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스와프 계약 거래 상대방이 주로 활용하던 헤지 자산이 먼저 청산돼야 가능하다”며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을 더 많이 드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