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2026년 8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규정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과 ‘순환경제 행동계획’(CEAP)에 따라 2025년 2월 11일 발효되었으며, 기존의 지침(PPWD)을 대체하는 EU 단일 규정이다. PPWR은 EU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포장재가 재사용・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될 것을 요구하며, 포장 최소화, 재사용 시스템 확대, 재활용성 등급제 도입,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 사용 등을 핵심 의무로 담고 있다.
포장재는 제품 보호와 물류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포장 제조업은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2018년 EU 포장 제조업의 매출은 이미 3550억 유로(약 530조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포장재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부담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EU 집행위원회(EC)가 PPWR 제정을 위해 작성한 2022년 입법영향평가보고서는 포장 분야의 구조적 문제로 ① 포장폐기물의 지속적 증가, ② 재활용을 저해하는 비표준화된 설계・라벨링, ③ 재활용 품질 저하와 낮은 재활용원료 사용률을 지적하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2023년 EU의 1인당 포장폐기물은 177.8㎏이고, 포장재는 EU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또한 EC의 보고서는 포장 시스템의 전체 환경 영향을 분석하면서, 포장재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헝가리 전체의 연간 배출량과 유사한 규모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즉, 폐기물 증가와 재활용 구조의 비효율성에 탄소 배출 부담까지 더해지며, EU는 포장 분야의 전면적이고 통합적인 규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사실 EU는 이미 1994년 제정된 ‘포장 및 포장폐기물 지침’(PPWD)을 통해 포장재의 구성 제한, 재사용・재활용 가능성, 특정 물질 사용 제한 등 기본 요건을 규율해 왔다. 그러나 지침(Directive)은 회원국이 각자 국내법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어서 국가별로 해석과 적용 기준이 달라지고, EU 시장 전역에서 통일된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포장재는 생산부터 유통・폐기까지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경적 제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불일치는 내부시장 기능을 약화시키는 ‘규제 실패’로 평가되었다. 이번에 PPWR을 EU 전체 회원국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단일 규정(Regulation) 형태로 제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PPWR은 산업・상업・가정 등 모든 분야의 포장재에 적용되며, 화장품・식품・생활용품과 같은 소비재뿐 아니라 전자・기계 부품 등 B2B 포장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EU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은 이제 포장 최소화 기준, 재사용・재활용성 설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 등을 점검하고, 적합성 선언서(DoC)와 기술문서(TD)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재활용성 등급, 분리배출 라벨링 등 나머지 요건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PPWR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포장 전략 전반을 재구성하는 제도적 전환에 가깝다.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을 아우르는 포장재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파악하고, 포장 감축 및 재설계 가능성을 검토하며, 재활용성 중심의 디자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순환경제 체제에서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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